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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과학] ‘드론 프리존’에서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질까?
HOOC| 2016-05-16 16:22
[HOOC=이정아 기자] 서울시가 드론을 자유롭게 띄울 수 있는 공원을 만듭니다. 15일 서울시는 강동구 광나루 한강공원 모형비행장 일대를 ‘드론 프리존’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오는 6월부터 이 일대가 드론 프리존으로 정해지면 이곳에서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12㎏ 이하의 취미용 드론을 띄울 수 있습니다.

모형비행장은 무선조종(RC) 모형비행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가로 160m, 세로 30m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곳에서 모형비행기를 띄우려면 한국모형항공협회에서 장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드론 공원으로 지정하면서 협회의 허가 없이도 자유롭게 드론을 띄울 수 있게 됩니다. 단 항공법에 따라 고도 150m 이상, 야간비행은 금지됩니다.

15일 서울시는 강동구 광나루 한강공원 모형비행장 일대를 '드론 프리존'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시민의 안전입니다. 너도나도 드론 공원에서 드론을 날리면 하늘이 혼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파 혼선으로 인한 드론의 추락ㆍ충돌 사고 위험은 더 커질 테고요. 그런데 드론 프리존으로 지정된 공원 내에서 드론 비행을 금지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이 드론 관련 법과 제도를 빠르게 정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항공법 외에 이렇다 할 제도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드론은 국토교통부가 명시한 항공법에 따라 규제를 받습니다. 항공법에 따르면 드론은 초경량 비행장치로 정의되고 항공기로 취급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드론은 아무나 구입해서 날릴 수 있습니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 레저용 드론은 2㎏ 안팎. 그런데 12㎏ 이하 비상업적 드론은 항공법에 따라 신고 대상이 아닙니다. 항공법은 비행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여건만 갖춘 것이죠.

드론 산업을 담당하는 소관 부처마저 제각각입니다. 드론을 관리하고 규제하는 부처는 국토부, 비행 허가를 승인하는 부처는 국방부,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입니다. 부처 소관이 일원화 되지 않은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드론 프리존에서 드론 추락ㆍ충돌 사고가 나면 책임 소관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 만일 드론이 추락한 원인이 전파 간섭이었다면? 안전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강아지가 갑자기 드론을 향해 돌진한 것이었다면?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수도방위사령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드론 공원 내 안전 수칙 등을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관리 측면에서 법령 준수사항은 항공법이기 때문에 안전 문제에 관한 한 항공법을 따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는데요. 앞서 언급했듯 항공법은 드론 비행에 관한 최소한의 사안만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드론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사고가 나기만 하면 사용자만 독박쓰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옵니다. 드론이 충돌 또는 추락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드론사이의 최소 이격거리도 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가 드론 공원 지정에만 열을 올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죠.

서울시 뿐만 아니라 드론 산업 분야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전국 지자체의 경쟁이 뜨겁습니다. 충청남도는 외자유치, 전라북도는 교육센터 구축으로 드론 산업의 인프라 확충에 나서는가 하면 강원도와 전라남도, 부산시는 해안과 산림감시 등 지역 맞춤형 행정자산으로 드론을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관련 제도는 부처마다 산재해 있고 비행 안전 관리는 늘 뒷전입니다. 드론은 각종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기도 하지만 얼마든지 흉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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