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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브리핑] 구글·카카오톡 이모티콘이 다른 점
HOOC| 2016-05-18 18:13
<멀쩡한 것도 엎어 보고 뒤집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 20대 언니입니다. 20대 독자들에게 읽기 쉽게 글을 전하고 또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기사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반말을 사용했습니다. 그 이상의, 이하의 의미는 없습니다.>


[HOOC=이정아 기자]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웃음이 터질 때 ‘ㅋㅋㅋ’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있어. 이모티콘 목록을 뒤적거리는 순간이지. 과거 이모티콘이 문장과 문장의 추임새 역할을 하거나 감정을 보조하는 역할로만 쓰였다면, 이젠 움직이는 이모티콘까지 등장해 글보다 더 정확한 감정을 전달하고 있곤 해. 바야흐로 ‘이모티콘의 시대’. 백 자보다 단 하나의 이모티콘이 때로는 더 정확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시대.

그런데 말야. 최근 이모티콘을 구입하려고 카카오프렌즈 ‘오피스라이프(Office Life)’ 테마 스티커를 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했어. 여성 캐릭터인 고양이 ‘네오’가 명품백에 중독된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회사원으로 묘사되고 있는 반면, 남성 캐릭터인 강아지 ‘프로도’는 졸린 눈을 치켜뜨며 착실하게 일하는 직원으로 표현돼 있었거든.

카카오프렌즈 오피스라이프 스티커. 여성 캐릭터인 고양이 네오(왼쪽)와 남성 캐릭터인 강아지 프로도(오른쪽).

고양이 네오부터 볼까? 네오는 출근길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지옥철’에서 명품백을 사수하려고 노력하거나, 반짝이는 빨간 명품백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해. 컴퓨터 책상 앞에서 ‘뭐 먹을까’ 고민하거나, 택배를 가슴에 안고 꿈을 이룬 듯 표정을 짓기도 하고. 눈에 불꽃을 튀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스티커는 단 한 장도 없었지.

반면 프로도는 컴퓨터 책상에 앉아 충혈된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고, 밤새 일을 해. 상사에게 구박도 받지만 스티브 잡스처럼 차트 앞에 멋지게 서서 발표도 하지.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은 왜 프로도의 몫이었을까.

고정된 성 역할을 보여주는 이모티콘은 라인도 마찬가지. 남자 캐릭터 ‘문’의 회사 생활을 다룬 ‘샐러리맨 문대리’ 스티커에서 문은 프로도처럼 꿋꿋이 회사를 다니는 회사원으로 묘사돼. 상사 뒷담화도 하고 졸기도 하지만 눈을 치켜뜨며 바쁘게 일하는 샐러리맨. 

라인의 스티커. 직장 여성코니의 회사 생활(왼쪽)과 샐러리맨 문대리(오른쪽).

반면 여자 캐릭터인 토끼 ‘코니’를 다룬 ‘직장 여성코니의 회사 생활’에서 코니는 근무 시간에 셀카를 찍고 퇴근 후 쇼핑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으로 등장해. 코니가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는 스티커는 단 한 장에 불과했지.

최근 구글은 ‘커리어우먼’ 이모티콘 디자인을 내놨어. 의사, 엔지니어, 과학자, 교사, 농부까지…. 13종의 이모티콘에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며 전문성을 쌓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어. 구글은 이모티콘을 내놓으면서 이렇게 설명했지. “우리는 평등의 문제를 강조하고 싶었다.”

구글이 내놓은 커리어우먼 이모티콘

사회적으로 정해지는 남성성이나 여성성에 대한 관념, 그러니까 ‘남자라면 또는 여자라면 ○○해야 한다’는 편견은 우리에게 어떤 일을 선택하고 어떤 삶을 꿈꿔야 하는지, 또 삶을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지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줘.

물론 남자와 여자는 다르지. 생물학적인 성(sex) 차이가 있으니까. 하지만 사회, 그리고 문화적인 성(gender) 차이는 없어. 차이가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똑같다는 얘기야.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네오, 퇴근 후 쇼핑을 즐기는 문이 나타나서 우리 삶에 스며든 억압된 성 역할을 시원하게 깨줬으면 하는 바람이야. 언니는 여기까지.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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