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차량 내수점유율 90% 차지
2011년부터 시동…생산성 ‘쑥쑥’
서울지하철 9호선 출고도 눈앞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분야의 강자다. 국내 고속철, 지하철 등 철도차량 내수시장에서 현대로템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국가기간산업인 철도사업의 성격상 내수시장의 경쟁체제 성립이 어렵다. 독일의 지멘스, 프랑스의 알스톰 등 해외 철도선진국들도 대부분 ‘1국(國)1사(社)’ 체제에 가깝다.

경남 창원의 현대로템 공장은 국내 최대의 철도차량 생산기지다. 약 63만㎡에 달하는 공장에는 2km 연장의 시험주행 선로까지 깔려있어 철도차량 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이 완비돼 있었다.

현대로템의 생산 혁신은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되면서부터 시동을 걸었다. 기존 배치생산 방식이 자동차 공장의 생산방식인 흐름공정으로 바뀐 것이다. 

이달 출고를 앞두고 시험 운행중인 서울 지하철 9호선 차량. [사진제공=현대로템]

배치생산은 한 차량을 놓고 각기 다른 공정의 인력들이 번갈아 투입되면서 차량을 생산하는 방식. 그에 반해 흐름공정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차체가 이동하면서 부품이 장착돼 하나의 완성차가 나오는 형태다. 다만 이 경우 가로로 긴 ‘-’자형의 생산라인이 필요한데, 의장ㆍ도장ㆍ차체 공장이 각각 분리돼 있는 창원공장은 ‘트레버셔’를 통해 라인 재배치 문제를 해결했다.

각 공장 사이에 수평형 궤도를 설치하고 그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트레버셔에 차량을 실어 다음 공정으로 이동시키는 형태다.

철도산업은 수요자의 주문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는 대표적인 ‘수주산업’이다. 발주자가 요구하는 제품 조건과 스펙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대량생산에 필요한 최신설비나 공장 자동화가 힘든 구조다. 창원공장 역시 이 같은 특성상 대형 자재를 나르는 설비 이외에는 이렇다 할 자동화 설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창원공장은 생산라인의 혁신과 함께 생산의 4요소인 ‘4M’을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사람(Man), 설비(Machine), 자재(Material), 공법(Method)이 그 것이다.

첫 단추는 인력운용 개선이었다. 2009년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처음 도입하면서 중구난방이던 80개의 작업공정을 하루 단위로 세분화했다.

공장 관계자는 “작업 목표가 명확하지 않았던 기존 시스템에선 작업 공정간 스케줄이 맞지 않아 인력 운용에 손실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2014년 ERP시스템을 본격 운용한 이후 일 작업량 준수율이 80%까지 향상돼 작업 로스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재 수급에서도 혁신은 이뤄졌다. 차량 제작 프로젝트에 돌입하면 가장 먼저 착수하는 것이 차량의 설계 과정이다. 현대로템은 이 설계과정에서부터 자재 공급계획과 납품이 동시에 이뤄진다고 밝혔다.

설계 이후 실제 제작에 들어가서 부품을 조달할 경우, 예기치 못한 수급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설계단계에서 필요한 부품을 미리 준비할 경우 자재로 인해 전체 공정이 지연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창원공장은 이같은 선제적 자재 수급을 통해 생산공정의 손실율을 20% 넘게 줄였다.

이 같은 혁신은 생산 속도에 날개를 달았다. 통근형 전동차의 경우 차량 계약 후 첫 편성까지 보통 2~3년 가량이 필요한데, 창원공장은 이를 1년 이상 단축시켰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오는 23일 첫 편성 차량의 초도 출고가 예정된 서울 지하철 9호선 차량이다. 창원공장을 방문한 지난 13일, 완성된 9호선 첫 편성 차량의 최종 시험주행이 이뤄지고 있었다. 서울시와 계약한 초도 출고일인 7월 30일을 두 달이상 앞당긴 것이다.

장현교 현대로템 창원공장 공장장(전무)은 “전사적 노력을 통해 서울시와 계약한 9호선 차량 출고일을 앞당길 수 있었다”며 “1차 편성 32량 뿐 아니라 2차 편성된 나머지 38량 역시 최대한 출고일을 앞당겨 지옥철로 악명높은 9호선의 혼잡도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