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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찔금 부양책으로 늪에 빠진 한국경제…L자형 침체보다 심각
뉴스종합| 2016-05-21 08:20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경기진작을 위한 정부의 단발적 부양책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보다는 오히려 우리경제의 체질을 약화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지연으로 우리경제가 늪지에 빠지는 듯한 심각한 불황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경기위축은 경기사이클 상의 일시적 부진 때문이 아니라 수출주도형 성장의 한계와 인구구조의 변화 등 우리경제가 지닌 구조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불황에서 탈피하기 위해선 과감한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과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전방위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비효율을 걷어내고 경제의 새 살인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 정부 출범 이후 구조개혁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단기요법을 동원해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쓰는 등 정책실패가 반복되면서 경제체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과거에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불황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기를 진단하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불황은 경기 하락추세 속에 다수의 소파동이 나타나는 ‘멀티딥형’이며, 글로벌 경제의 회복지연에 따른 피로감 누적으로 긍정적 경기신호가 점점 소멸되는 ‘늪지형’ 불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경우 성장률이 반짝 반등했다가 그 효과가 약화되면 성장률이 급락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가 연속적인 ‘W자’ 형태를 그리며 저점이 낮아지는 모습이다.

지난 20014년 1분기 1%를 넘었던 성장률(전기대비)이 세월호 사태 등으로 하락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부동산 규제완화 등을 통한 경기진작에 나서자 3분기에 0.7%까지 반등했으나 이후 재정부족 등 정책의 효과가 떨어지자 4분기에 0.3%로 주저앉았다.

이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과 소비활성화 대책 등을 동원해 부양에 나서자 2015년 3분기 성장률이 1.2%까지 급반등했으나, 무리한 부양책으로 인한 소비절벽 현상이 나타나면서 올 1분기엔 성장률이 다시 0.4%로 주저앉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경기가 완만한 하강과 상승을 보이며 순환하는 형태와 달리 경기 저점이 다수인 ‘멀티딥형’ 불황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불황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L자형’ 침체보다 더 심각한 ‘늪지형’ 불황에 처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늪지형이란 심각한 어려움은 없으나 경제가 늪에 빠지는 것처럼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침체의 강도가 누적되는 현상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와 유럽의 재정위기(201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경기 흐름이 이러한 ’늪지형‘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생산의 활동성이 조금씩 약화되면서 점차 불황의 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는 분석이다.

연간 경제성장률은 2011년 3.7%를 기록한 이후 2%대 성장률을 보이다가 2014년 3.3%로 잠시 반등하기도 하였으나 2015년 이후 다시 2%대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경기 선도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경기에서도 이러한 ‘늪지형’ 불황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데, 생산증가율이 이전보다 크게 낮아지는 가운데 그 추세 자체가 우하향(右下向)을 지속중이다.

이러한 사상초유의 늪지형 불황을 탈출하기 위해선 단기적인 대증요법보다는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산업정책의 정립을 통한 경제의 역동성 복원 ▷실효적인 사회안전망 구축과 무리 없는 산업합리화 정책을 통한 민간 주체들의 심리 안정 ▷금리인하 및 추경편성의 정책조합(policy mix) 등 보다 적극적인 총수요 확대 정책 ▷민ㆍ관의 공조를 통한 수출 증대 노력과 서비스업 육성을 통한 대내외 시장수요 확보 ▷공공 부문의 지출 확대와 민간의 소비와 투자 진작을 유도할 수 있는 미시적인 정책 등을 그 대처방안으로 제시했다. 가계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대책을 통해 내수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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