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탈레반 지도자 만수르 사망, 아프간 평화 협상 진전되나…파키스탄 “영토주권 침해” 반발
뉴스종합| 2016-05-23 10:24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무장단체 탈레반의 최고지도자인 물라 아크타르 만수르가 미군의 공습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연기되기는 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바라는 오바마 행정부는 평화 협상 진척을 기대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외신들은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만수르의 사망 사실을 보도했다. 만수르가 탑승한 차량이 파키스탄 국경 근처에서 무인기 공습을 받아 만수르와 차량 운전자가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거나 잘못된 소식이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AFP 통신은 복수의 탈레반 고위 관계자들이 만수르의 사망 사실을 확인해줬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만수르의 사망이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망 이후 가장 중요한 전과라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7월 말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만수르는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 협상에 극렬하게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당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임기 내에 미군을 완전히 철수시키겠다는 계획은 틀어져 버렸다.

[사진=게티이미지]

이에 아프간 주변에서는 만수르의 사망으로 탈레반과의 평화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온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의지가 있는 탈레반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했고, 파키스탄 작가인 아메르 라시드는 “온건파들이 전면에 나서 강경파를 누를 가능성이 높다”며 “평화 절차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아직 긍정적 전망을 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수르의 뒤를 이어 누가 최고지도자가 될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데다, 후임 지도자가 탈레반 내부의 여러 의견을 수습해 평화 협상에 나설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분간은 지도자 사망에 대한 보복성 공격이 잦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탈레반을 배후에서 조종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파키스탄은 미군의 자국 영토 침범에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CBS뉴스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이날 외교부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 영토에서 행해진 미국의 드론 공격에 대해 항의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는 전쟁이 종식되길 바라지만, 파키스탄이 선호하는 방식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탈레반이 폭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드론 공격은 파키스탄의 영토주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한다”면서 “파키스탄은 과거에도 미국에 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이 언급한 ‘과거 사례’는 2011년 5월 미군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언급한 것이라고 CBS뉴스는 지적했다.

당시 미군 특수부대의 기습 작전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아보타바드의 비랄 마을에서 이뤄졌는데, 목표물은 파키스탄 군사학교에서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이었다.

파키스탄은 빈 라덴 사살 작전뿐 아니라 이후에도 미군이 여러 차례 파키스탄에서 핵심 테러리스트를 공격하고 암살하는 데 드론을 사용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군이 주도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은 2012년 5월 파키스탄 알카에다의 2인자 사크르 알-타이피를 드론 공습으로 사살한 바 있다. 이에 파키스탄은 주권 침해 불만을 쏟아냈지만, 당시 리언 패네타 미 국방부 장관은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로부터 미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비슷한 공격은 얼마든지 계속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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