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한달새 매출 30% 뚝…얼어붙은 中 역직구 해법은?
뉴스종합| 2016-05-25 11:14
중국정부 지난달부터 정식과세
타깃정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잘 팔리던 베스트 상품의 월간 판매량이 원가 인상과 세금 추가로 제로(0건)가 됐다.”

중국 내수시장을 노린 국내 ‘역직구’ 시장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었다. 인프라 확대와 모바일 사용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빠르게 확대됐고, 해외직구에 대한 수요도 동시다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다. 중국 재정부가 개인 물품으로 분류했던 해외 직구 품목에 대해 지난 4월 8일부터 수입 화물에 준해 정식으로 과세하면서다. 세액 50위안(한화 약 9000원) 이하 소액 해외직구 제품에 대한 면세혜택이 폐지됐고, 품목에 따라 부가가치세와 소비세도 부과키로 했다.

‘4ㆍ8 세제개편안’이 시행된 후 종전에 없던 세금과 관세 부담을 안게 된 역직구 시장은 가격경쟁력이 급감, 종전 중국 직구시장을 향한 기대감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세제개편으로 인한 역직구 위기감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에이컴메이트에 따르면 알리바바 티몰 글로벌이 운영대행 중인 상점에서는 세제개편안 시행 된지 한달여 만에 고정고객 방문이 30% 줄었고, 매출액도 적게는 30%에서 심하게는 50%까지 떨어졌다. 잘 나가던 상품들은 한 달 새 매출 꼴지로 추락했고, 주문 후 취소를 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직구 시장의 핵심은 가격 경쟁력에 있다”며 “글로벌 제품들이 포진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이제는 사실상의 면세채널을 통한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직구시장 확대…‘세제개편’은 당연한 수순?=해를 거듭할 수록 덩치를 키워가는 중국의 직구시장은 국내 제조사에게 큰 기회였다. 지난해 중국의 국경간 전자상거래(해외직구) 수입 규모는 9000억 위안(한화 약 163조54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총 수입액의 8.6%에 달한다.

소매 수입액은 1184억3000위안(한화 21조원)으로 2014년과 비교해 1년새 111.9% 증가했다. 해외 직구 규모확대와 함께 해외직구에 뛰어드는 이른바 ‘하이타오(海淘, 해외구매)족’도 증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결제기업 페이팔(paypal)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약 1800만명이던 하이타오족은 2018년에 3600만명으로 증가, 소비액은 1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4일 코엑스에서 진행된 ‘중국 전자상거래 정책 변화 대응 설명회’에서 코트라 윤원석 이사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4년 13조1000억 위안으로 미국을 넘어섰다”며 “우리나라의 전체 역직구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2.2%로 중국은 최대 역직구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국경간 무역장벽이 빠르게 허물어지면서 직구 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그간 중국은 해외직구에 대한 이렇다 할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해외직구의 폭발적인 증가에도 이 같은 배경이 있었다.

코트라 상하이 무역관 황유선 차장은 “해외직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있는데,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국 정부가) 직구 시장을 열어준 것으로 추측 가능하다”며 “해외직구 시장을 통해 많은 장벽을 열 수 있는 구실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4ㆍ8 세제개편’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해외직구 규모가 커지면서 직구와 일반 무역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송종선 에이컴메이트 상해법인 대표는 “중국은 시장성이 좋고 전 세계업체들이 경쟁하는 곳”이라며 “안전한 검사기준을 허락하고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 어찌보면 맞는 수순일 수 있다”고 했다.

얼어붙은 역직구 시장…앞으로 과제는=세제개편 이후 속앓이를 하는 것은 국내 수출업체들이다. 상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의 저항력이 커지면서다. 송 대표는 “마진이 남지 않는 상품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가격이 오른 데 불만을 느낀 소비자들이 댓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세제개편 이전에는 고객이 상품을 주문할 때 운송비 이외에 결제할 항목이 없었다”며 “베스트 상품이 원가가 인상되고 세금이 추가되니 월간 판매량이 0건이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역직구 시장의 과제는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감 속에서도 단기간 매출 확대가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또 다른 경쟁력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황유선 차장은 “장기적 기업 및 브랜드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정확한 수요 타깃을 설정하고 신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답이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남들보다 한발 앞서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미정ㆍ김성우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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