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슈퍼리치]‘북유럽 3국연합체’ 제안나선 노르웨이 부호. 왜?
뉴스종합| 2016-05-25 14:02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부호 기업가가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 3국이 정치ㆍ경제적으로 하나의 연합체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제적인 이유에서다. 일견 허황된 이야기 같지만, 나름의 근거가 있어 유럽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노르웨이의 8번째 부자인 페터 스토달렌(Petter Stordalenㆍ53)은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이 연합체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날은 노르웨이의 헌법제정일이자 노르웨이가 1814년 스웨덴으로부터 공식 분리된 독립기념일. 

자국의 역사적인 독립기념일에, 그것도 한때 자국을 지배하던 스웨덴과의 연합을 호기롭게 언급하고 나선 그의 주장에 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구나 그는 북유럽 5개국에 노르딕 초이스(Nordic Choice)체인 호텔 170점을 가진 호텔 거물로 자산이 15억달러에 달한다. 

페터 스토달렌

그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경제적 통합’을 뜻한다. 각각의 고유한 문화와 정치, 생활 기반은 유지하되 경제적으로 한 나라를 만들자는 의미다. 이유가 있다. 그는 북유럽 3국의 예전만 못한 경제부진과 내수시장 악화를 근거로 들었다.

국제통화기금이 추산한 2015년 세계 GDP(국내총생산) 순위를 보면 3국의 GDP수치는 서유럽 주요국 가운데 점점 후퇴하고 있다. 스웨덴(24위)-노르웨이(27위)-덴마크(38위) 순으로 30위권 전후를 오간다. 독일(4위), 영국(5위), 프랑스(6위) 등 유럽 주요 국가들과는 매년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

원인은 우선 부족한 인구다. 인구가 생산력과 내수시장으로써 큰 의미를 갖는 오늘날 세 나라의 인구는 좀처럼 증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웨덴의 인구 수는 약 1000만명,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각각 500만명이다. 스웨덴의 경우 8000만명인 유럽의 경제강국 독일보다 8배나 적다. 세계 경제가 정보화 기반의 새로운 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들 3국의 경우 기반 역할을 할 내수시장이 빈약하다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세 나라의 경제에서 수출이 스웨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 노르웨이는 30%, 덴마크는 54% 수준이다. 한창 이들 국가들의 기업이 자동차, 제약, 기계, 조선, 낙농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2000년대 이전과 비하면 3국의 수출 파워는 약화된 상황이다. 반면 자국 시장의 규모는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
 
만약 3국의 경제적 통합이 이뤄진다면 이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총 인구 수는 2000만명으로 껑충 뛰게 된다. 인구가 많아지면 그나마 기업들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내수시장의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삼국이 통합하게 될 경우 당연히 숫자상으로 표현되는 GDP도 크게 늘어난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의 현재 GDP는 5710억달러로 3조8680억달러인 독일의 14%에 불과하다. 하지만 3국이 통합할 경우, GDP가 1조4120억달러 수준이 되어 독일의 3분의 1 수준으로 올라선다. ‘경제 블록’으로써 위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세 나라가 주력하는 산업이 각기 다르다는 점도 스토달렌 주장에 힘을 싣는다. 

스웨덴은 자동차와 IT, 공업용 제품생산을 주요 수출품으로 둔다. 특히 철강·기계·조선·펄프·제지 등의 공업제품은 전체 수출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노르웨이의 경우 농업, 목재, 어업에 특화됐을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석유를 배출해내는 석유생산국이다. 덴마크는 낙농업과 제약회사, 풍력발전산업이 크게 발달돼 있다. 

즉, 3국 모두 주력 분야가 달라 경제적 통합이 일어나도 큰 갈등 없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소리다.

이에 대한 세 나라의 여론도 나쁘지 않다. 스웨덴의 신문 미디어 매체 요떼보리스 포스뗀(Göteborgs Posten)의 공식 페이스북에는 3국합병에 대한 스웨덴 국민들의 찬성 의견이 줄줄이 잇따르고 있다. 지지자들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연합을 계기로 북유럽 국가가 유럽연합(EU)에서 완전히 빠져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EU를 향한 최근 유럽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단일 화폐와 경제동반성장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그 혜택이 일부 회원국에 집중되면서 유럽연합 구조에 대한 회원국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이다. 

해외 여론조사 업체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 국민의 58%, 프랑스 국민의 55%가 EU 탈퇴를 찬성하고 있다. 알려진 바 대로 영국은 다음달 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해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스웨덴의 EU 탈퇴 찬성율은 39%로 꽤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런 상황 속 북유럽도 가만히 앉아있어서만은 안된다는 게 스토탈렌의 이야기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분명히 있다. 스토달렌의 견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를 두고 제2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라고 꼬집는다.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실현가능성이 낮은 이야기를 포퓰리즘적으로 던진 것이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그의 말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 나라가 비슷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고는 하나 지금으로선 과거에 가졌던 유대감이 많이 증발된 상태다. 세 나라 모두 각기 다른 화폐를 쓰고 있으며, 사용하는 언어도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르게 가입한 다자간 연합체도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 덴마크와 스웨덴은 현재 유럽연합 소속이지만 노르웨이는 그렇지 않다. 노르웨이, 덴마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인가 하면, 스웨덴이 빠져 있다. 스토달렌의 말처럼 세 나라가 연합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선 문화적 차원에서부터 다른 나라와의 관계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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