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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發 특허전쟁 잔혹史
뉴스종합| 2016-05-25 14:25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기술력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IT업계에서는 특허전쟁은 비일비재하다. 기술 진화 속도가 빠른 가운데 수많은 특허는 기업의 영속성을 책임지는 성장판이기 때문이다. 특허를 많이 확보한 기업은 강한 기업으로 인식된다.

특허전쟁에는 기업의 치밀한 계산법이 녹아있다. 특허 경쟁이 치열한 곳은 그만큼 이권이 많다는 얘기다. 물고 물리는 소송전에서도 기업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마케팅효과를 올리는 등 상당한 실익을 챙기기도 한다.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벌이는 것은 계산기를 치밀하게 두들긴 결과라는 얘기다.

6~7년 준비된 특허전쟁 = 중국 기업들이 특허 전쟁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6~7년전부터다. 중국의 대표적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와 ZTE가 특허를 집중적으로 확보하던 시기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ZTE는 지난 2010년 출원한 국제 특허 1863건으로 세계 2위에 성큼 올라섰다. 전년보다 20계단 오른 것이다. 같은해 중국에 등록된 특허도 31만3854건으로 이미 세계 3위 수준이었다. 중국에 등록된 특허가 급증했던 것은 중국 기업이 특허전쟁에 발빠르게 대응했다는 얘기다.

최근 특허 신청 건수를 살펴 보면 중국 주요 기업들은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WIPO에 따르면 화웨이는 재작년에 3442건, 작년에 3898건의 특허를 신청해 2년 연속으로 특허신청 1위를 차지했다. 작년 기준으로 특허신청 2∼5위는 미국의 퀄컴(2442건), 중국의 ZTE(2155건), 한국의 삼성(1683건), 일본의 미츠비시전기(1593건)였다.

4세대(G) 모바일, 운영체제, 유저인터페이스 등 스마트폰 핵심 기술과 관련해 화웨이가 획득한 특허권은 5만여개다.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은 화웨이와 특허 교차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연간 수억 달러 규모의 로열티를 지급 중이다. 중국의 작은 통신장비업체였던 화웨이가 30년만에 글로벌기업에 어깨를 견주는 특허를 보유한 곳으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화웨이는 최근 5G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이미 2009년에 5G 기술개발에 뛰어든 화웨이는 영국 서리대 5G혁신센터와 협약을 체결, 기술 파트너도 마련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연매출의 15%에 해당하는 569억위안(10조80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시장리더가 정해지지 않은 않은 5G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中 짝퉁 탈피 기술주도권 위해 물고물리는 소송전 =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특허 분쟁이 늘고 있다. ZTE와 화웨이는 지난 2011년 LTE 기술에 대해 몇차례 지적재산권 침해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양사는 2004년 기술개발에 들어간 LTE기술에 대해 특허확보경쟁을 치열하게 벌인 바 있다.

중국기업들은 칼날은 한국과 미국 등 글로벌기업을 향하고 있다.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소송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서 외국 기업으로부터 주로 특허 관련해 피소를 당한 중국 기업들은 시장 입지를 새로 굳히기 위해 특허전쟁 역공을 펼치는 모양새다. 몇년전 ZTE는 스웨덴 에릭슨의 중국 법인을 상대로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맞제소한 바 있다.

중국기업들이 기술력이 내세우는 글로벌기업에 대해 역공을 나서는 노림수는 크게 두가지로 분석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는 소송이슈로 기술력을 부각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계산과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한 자국 시장에서는 다른 업체들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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