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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0대기업 투명성 조사 ②] 강제 항목은 A학점, 자율 항목은 F학점
뉴스종합| 2016-05-26 11:01
-공개 해야하는 ‘조직투명성’은 최상위

-안해도 되는 ‘금융정보공개’는 최하위

-기업 투명성이 등 떠밀려 한다는 증거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한국 기업들은 세계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 ‘조직투명성’ 부문에선 뛰어났지만 ‘반부패’와 ‘금융정보공개’ 부문에서는 글로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부가 나서 정보 공개를 강제하고 있는 ‘조직투명성’ 부문에서는 글로벌 기준 최상위 수준을 기록한데 비해 자율 부문인 ‘반부패’와 ‘금융정보공개’ 부문에서는 소극적이란 점에서 기업들의 투명성 제고에 대한 의지는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명성기구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한국의 50대 기업 투명성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이 반부패를 위한 정책ㆍ프로그램은 부족하고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금융정보 공개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이번에 발표한 조사결과는 각 회사별로 경영에 필수적인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공개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냐는 측면에서 주목받았다. 이번 조사의 결과는 ▷부패방지 프로그램 ▷기업조직 투명성 ▷국가별 보고 등 세계투명성기구가 설정한 세 가지 영역, 총 26개 질문에 대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기업정보공개 투명성 점수(10점 만점 기준)는 4.2점으로 글로벌 대기업(3.8점)과 개발도상국 기업들(3.6점)에 비해 높았다. 특히 ‘조직투명성’ 부분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조직투명성’ 부문에선 한국이 6.9점으로 글로벌 점수(3.9점)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회사가 출자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이름을 완전히 밝히고 모회사의 통제력과 영향력을 비교적 분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한국투명성기구 관계자는 “재벌그룹 위주의 경제 구조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기업 지배구조가 이 같은 결과를 만든 핵심 이유”라며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오너가 각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명단을 밝히는 것이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명백하게 하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반부패를 위한 정책ㆍ프로그램은 부족하고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금융정보 공개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 정보공개 투명성 조사 결과. [자료제공=한국투명성본부]

‘반부패’ 부문은 한국 기업이 5.6점으로 글로벌 대기업(7.0점)보다 낮은 점수를 보였다. 세부항목을 보면 내부고발창구 개설, 선물과 접대에 대한 정책처럼 제도적으로 공개가 의무적인 부문에선 높은 점수 받았지만 회사 최고책임자의 의지, 프로그램 모니터링, 대리인에의 프로그램 적용 등 기업 자율에 맡겨지는 공개내용부문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 기업이 반부패 정책ㆍ프로그램이 여전히 취약한 경우가 많고 상당수 기업들이 반부패 관련 정책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한국투명성기구의 해석이다.

‘금융정보 제공’에서는 특히 한국이 0.14점으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금융정보의 경우 법적 공개 의무사항이 아니다보니 50대 기업 중 겨우 9곳만이 정보를 공개하는데 그쳤다. 출자회사에 대한 보고서 추적이 어려운 현실 때문에 핵심적인 금융정보를 공개하는 기업이 아주 적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자율적인 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꺼리는 것을 비판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을 지낸 채이배 국민의당 당선자는 “우리나라 기업투명성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지만 기업 자율에 맡긴 부분은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가령 사업보고서를 쓸 때 양식에 맞는 것 외에는 쓰지 않거나 추가적으로 투자자ㆍ이해관계자들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내용을 자발적으로 기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 시 이를 거부할 경우 왜 거부할 수 밖에 없는지 명확하게 해명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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