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사람 폭행 예사
순간 분노 못참고 분풀이
인성교육 강화등 대책 시급
#1. 지난 21일 인천 작전동 한 주택가. ‘담배 시비’로 한 고교 3학년 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동급생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친구 B(18) 군에게 ‘담배를 사 달라’고 요청했던 A(18) 군은 B군이 사온 담배 중 몇 개비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됐고 이를 추궁하다 싸움이 벌어졌다. A 군은 주머니에 있던 흉기를 꺼내들어 B 군의 복부를 찔렀고 옆에 있던 동급생 C 군과 D 군의 가슴과 허벅지를 잇따라 찔렀다. 경찰 조사결과, A 군은 평소에도 7㎝ 가량의 흉기를 가지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 지난 1일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E(16) 군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의 머리에 벽돌로 내려치는 등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E 군은 아파트 화단에서 벽돌을 주워 아무런 이유 없이 이 여성을 쫓아가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E 군은 전날 친구와 싸워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의 달 5월, 10대들의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10대들의 범죄가 특별한 이유없이 화풀이 등 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경찰청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절도, 살인, 강도, 폭력 등 지난해 발생한 10대(만14~18세)들의 형법 범죄는 6만4653건으로, 전년(6만3625건)에 비해 1000여건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강도와 폭력 범죄는 각각 448건, 2만144건으로 전년 414건, 2만82건에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1~2014년 살인ㆍ강간ㆍ강도ㆍ방화 등 강력 범죄로 체포된 10대 청소년은 1만3846명에 달한다. 이는 하루 평균 9건 씩 청소년들에 의한 강력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살인ㆍ방화범이 1000명이 넘고, 3분의2 가량은 성범죄를 저질렀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10대들의 범죄가 이유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타인을 대상으로 중대 범죄를 저지르거나, 분풀이 범죄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경찰에 붙잡힌 10대 2명은 길을 지나가면서 자신들을 쳐다봤다는 이유로 20대 회사원을 차에 감금하고 집단 폭행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요즘 청소년 범죄의 유형을 살펴보면 당장의 화를 참지 못하고 욱하는 마음에 일으키는 우발적 범죄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요즘 청소년들은 신체적으로 이전보다 발육 상태가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가치관이 여전히 정립이 되지 못한 과도기에 놓여있다 보니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 예측하기 보다는 순간적인 감정이나 주변 친구들의 행동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10대들의 강력범죄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점점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세환ㆍ신동윤 기자/gr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