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프리즘] 경제위기 극복 ‘훈수’ 아닌 ‘책임있는 처방전’
뉴스종합| 2016-05-26 11:20
한국 산업의 위기다. 세계 1등부터 5등까지 휩쓸던 조선소가 불과 1~2년만에 일감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할 처지가 됐다. 역시 세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액정디스플레이(LCD)도 단가 급락에 손해보면서 팔고 있다. 성장이 당연했던 통신ㆍIT 산업도 어느 새 ‘매출 정체’가 당연한 모습이 됐다. 수십만명의 알토란 같은 좋은 일자리, 또 수백 만 가족의 생계가 사라질 수 있는 위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의도 정치인들도 한 마디씩 훈수 두기에 나섰다. ‘먹고 사는 문제’는 표심을 가를 중요한 이슈니 당연한 모습이다. 그마나 여의도 방안퉁수 정치인들이 그나마 세상과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구나 하고 기특하게 여길만한 대목이다.

문제는 “내가 집권하면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치인들이 내놓는 처방전의 품질이다. 문제의 원인이 뭔지, 또 현 상황이 어떤지, 또 이 위기가 단기간에 반전 가능한지, 아니면 10년 이상 갈지 현상을 판단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처방전을 하루 빨리 내놔야 할 시기지만, 불행하게도 여야 정치권의 처방전은 ‘이념’과 ‘대권’에만 몰두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국 정부가 방조하고, 심지어 거들기까지한 업종별 과잉투자와 덤핑이 조선업과 철강, 디스플레이 산업 위기의 핵심 원인이다. 여기에 생각지도 못한 초저유가 시대가 급작스럽게 열리고, 그 결과 선진 시장은 물론 제3 신흥시장의 고도성장도 쉬어가는 타이밍이 겹치다보니, 우리 수출 기업들도 당연히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 ‘무에서 유를 만들던’ 수출이 어려워지니, 국가적으로 가용한 부가가치도 당연히 줄어들고 전체적인 서비스, 내수도 회복은 커녕 악화되기 쉽상이다. 현 경제 사태의 대략적인 고리다.

이런 산업과 경제의 위기를 끊기 위해서는 당연히 장단기 처방이 동시에 필요하다. 일단 1~2년 뒤가 더 걱정스러운 조선소 등에는 ‘고용 안전 지원’과 ‘일시적 어려움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 물론 조선업을 더 이상 국내에서 영위할 수 없는 ‘사양산업’으로 보고, 또 이를 대체할 만한 대규모 신산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의지가 있다면 좀 더 과감한 구조조정도 가능하다. 이는 디스플레이나 스마트폰, 통신과 유료방송 서비스 등 여타 위기 산업에도 마찬가지다.

오늘 여의도 정치인들은 국내 조선소들의 부실에 대한 책임 공방에 여념없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과거 관료 또는 정치인으로 일하며 영향력 행사를 즐기던 사람도 상당수다. 하지만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정치인은 여전히 없다. 다 남탓 뿐이다.

뒤늦게 현장에 내려가 누구 책임이 더 큰지 따지고, 더 많은 표를 가진 쪽에 달콤한 소리만 늘어놓으며, 정작 여의도에 돌아와서는 법안과 제도 마련에 필요한 국회 문열기 조차 귀찮아 하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치인이 아닌, ‘현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 분석하고 정확한 처방전’을 제시하며 여기에 두고두고 책임질 수 있는 정치인이 진짜 필요한 시점이다. 

최정호 산업섹션 차장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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