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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괴로워 ②] “SPO, 노는거 아냐?”…이 말에 속상해요
헤럴드경제| 2016-05-27 10:01
-“예방 활동은 티가 않나요”...숫자에 묻힌 SPO

-학교 폭력 예방 활동이 주 업무인 SPO

-“사건 안 터지면 좋은 건데…위에선 논다고 생각”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아침에 아이들 등교시간에 맞춰서 출근합니다. 학교 앞에서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 하죠. 이후엔 다른 학교들 돌면서 교실마다 방문 교육합니다. 전에 사고 쳤던 애들 모아서 문화체육활동도 하고, 부모님들이 퇴근하고 나서야 경찰서 오실 수 있으니까 부모님 면담하려면 퇴근 안 하고 기다려야죠. 놀이터, 골목길 같은 우범지역 야간 순찰까지 하고 나면 하루가 끝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티가 잘 안 나요. SPO 선배들은 어차피 간부들은 모르니까 적당히 알아서, 쉬엄쉬엄 하라고 하네요.”

SPO(학교전담경찰관ㆍSchool Police Officer)가 말하는 하루 일과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 상담과 같은 예방 활동이 주된 업무다.

그러다보니 관리자의 시각에서는 SPO의 업무 강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사건이 터졌을 때 범인을 잡는 기존 경찰 조직의 논리와 통계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일선 SPO는 캠페인과 상담으로 인한 업무 강도가 상당함에도 무시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

학교폭력 예방 활동이 주된 업무인 SPO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제대로 평가받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사진은 하교 중인 학생들.



실제로 울산대 경찰학과 이창배 교수는 27일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인식과 직무만족’ 논문을 통해 SPO 16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SPO의 역할을 크게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의 임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 ▷학생 및 교직원을 상대로 수행하는 상담 ▷선도 프로그램 운영 등 기타 유형의 4가지로 분류했다.

설문 결과 SPO들은 사건이 터졌을 때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으로서의 업무 비중이 평균 23.1%가 돼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투입되는 노력과 시간의 비중은 그 절반 수준이 12.6%에 불과하다고 봤다.

반면 학교 폭력 예방 교육에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수준(27.71%) 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35.15%)된다고 봤다. 상담, 선도프로그램 운영에도 이상적인 비중 보다 실제 역할 비중이 높다고 응답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역할에 대한 현실과 이상에 대한 인식 차이로 SPO들의 직무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일선 SPO들은 이 밖에도 ‘보여주기식’으로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SPO는 “간부들은 주보(주간보고), 월보(월간보고)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이색 홍보 활동을 하라고 요구를 하는데 과연 그런 보여주기식 활동들이 실제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되는 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SPO들이 기타 지원 업무에 동원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역할갈등과 직무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며 “정책적으로 SPO 소속을 일선 경찰서가 아닌 지방청 소속 독립부서 내지 교육청에 파견하는 형식으로 전환해 자율성,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고 밝혔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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