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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분교수 감형 왜? 법원, “이례적 합의...큰 용기 낸 피해자 의사 존중”
뉴스종합| 2016-05-27 18:30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제자를 때리고 인분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한 이른바 ‘인분교수’가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가벼운 형을 받았다. 피해자와 극적으로 합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시철)는 이같은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교수 장모(53)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년을 내렸다고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장모(25) 씨와 제자 김모(30) 씨에 대해서는 징역 6년의 원심 대신 각각 징역 4년과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여제자 정모(28) 씨는 원심보다 낮은 징역 2년에 처해졌다.
이들의 형이 가벼워진 데는 피해자가 제출한 합의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범행으로 큰 고통을 입은 피해자가 피고인들을 용서하기 위해서는 겪은 고통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며 “양형과정에서 진정성 등이 확인된 피해자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지난 3월 만나 장 씨의 가족과 만나 합의서를 작성했고,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잔혹한 범행내용을 고려했을 때 합의서 제출이 이례적이라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와 그 부모를 만나 ‘자발적으로 합의서를 작성한 점’을 확인했다.

4시간이 넘는 면담 과정에서 피해자는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범행에 가담했던 김 씨의 반성과 진지한 태도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공범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용서할 수 없다”며 “김 씨가 없었다면 다른 공범들과는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진술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장 씨에게 적용되는 법규정이 변경된 것도 감형에 한 몫 했다. 헌법 재판소는 지난 1월 장 씨 등에게 적용됐던 ‘폭력행위등처벌법’ 일부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검사는 이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낮은 조항을 적용하게 됐다. 장 씨등이 최대 받을 수 있는 형량은 25년 이하에서 10년 이하로 대폭 줄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가해자 4명의 심리에 대한 전문심리위원의 소견도 공개됐다. 심리위원이었던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교수 장 씨에 대해 “과도한 자존감에도 불구하고 실행능력이 부족해 업무 성과를 내기위해 타인의 도움이 절실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자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피해자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혔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제자 김 씨에 대해서는 앞서 ‘인분교수’의 학대 대상이 됐던 경험을 고려했다. 이 교수는 “김 씨가 가해자 역할에 적극 임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자신이 다시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장 씨는 2012년 2월부터 3년간 제자 A씨를 야구방망이 등으로 때리거나 최루가스를 이용하고,인분을 먹이는 등 잔혹한 수법으로 폭행했다. 같은 연구실에 있던 제자 김 씨와 여제자 정 씨, 교수의 조카인 장 씨 등도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 이들 일당은 이 같은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장 씨는 이밖에 연구 관련 학회와 재단의 공금1억 3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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