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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수사] 숨고르기 들어간 檢…옥시 본사 ‘증거인멸 개입 의혹’ 수사 분수령
뉴스종합| 2016-05-30 09:23
- 서울대 교수 보고서 조작 당시 방한한 英 본사 임원들 수사선상

- 거라브 제인 전 대표는 檢 출석 거부…“바빠서 한국 가기 힘들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초유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의 유해성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 영국 본사의 지시ㆍ개입 여부를 밝혀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거인멸 의혹의 핵심 배후로 지목된 거라브 제인(47ㆍ인도) 전 옥시 대표가 “업무가 많아 시간을 내기 어렵고, 신변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찰 출석을 거부하고 있어 수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옥시 제품 관련 이미지. [사진=헤럴드경제DB]

3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지난주 구속기소된 서울대 조모(56) 교수의 독성실험보고서 조작과 영국 본사의 관련성을 알고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옥시 본사 측 간부 2∼3명의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조 교수가 2011년 11월 29일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생식독성실험 결과와 이듬해 2월 흡입 독성실험 결과를 발표할 당시 각각 한국을 방문했던 인물이다. 직책이나 업무 성격 등을 따져 본사와 연관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옥시 측의 의뢰를 받아 2011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을 유발했다’는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첫 실험인 생식독성실험에서 옥시 측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이를 은폐하고 이후 2차 실험인 흡입독성실험에선 데이터 등을 조작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조 교수는 이 과정에서 이면계약을 통해 옥시 측으로부터 1200만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 외국인 간부에 대한 조사를 통해 영국 본사가 서울대 실험보고서의 은폐ㆍ조작을 묵인했는지, 또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시했는지 등의 의혹들을 직접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영국 본사 수사에 대한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검찰은 소환 요구에 불응한 제인 전 대표에게 이번주 중으로 서면조사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그는 조 교수에게 사실상 뇌물 성격인 자문료 1200만원을 지급하도록 최종 결재한 인물로 알려졌다. 2010년부터 2년간 옥시 대표를 맡은 그는 현재 싱가포르에 있는 옥시의 아시아태평양본부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가 끝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그가 거주하는 싱가포르와 형사사법 공조를 통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국의 사법심사 등 적지 않은 시간의 소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직접 조사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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