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바람난과학] 하품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HOOC| 2016-05-30 15:29
[HOOC=이정아 기자] Q. ‘부장님몰래하품(dowker@)’ 님이 메일로 보내주신 질문입니다. 요즘 날이 무더워져서 그런 건지, 잠을 충분히 자도, 점심을 먹고 나면 하품을 합니다. 회의 시간에는 부장님 눈치를 보며 쏟아지는 하품을 참고 있는데요. 저는 왜 이렇게 하품을 하는 걸까요?


답: 안타깝게도 하품을 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들이 하품을 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사람, 개, 개코원숭이, 앵무새 등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실험을 했지만 적확한 답을 알아내진 못했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이유로 하품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하품을 하는 원인으로 크게 다섯 가지 가설이 꼽힙니다.

첫째, 몸에 산소를 더 많이 공급하고 과다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위해서. 이 가설에 따르면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은 신선한 공기가 부족하기 쉽기 때문에 하품은 전염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피실험자에게 순수한 산소를 펌프질해 넣어도 하품의 빈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첫 번째 가설은 옳지 않다는 결론이 납니다.

둘째, 지루함 가설. 우리가 어떤 것에 지루함을 느끼면 하품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피실험자들이 30분 동안 로큰롤 비디오를 볼 때보다 같은 시간 동안 화면 조정용 도형을 볼 때, 더 많이 하품을 했다는 실험 결과가 있는데요. 하지만 이 연구는 피실험자들이 심리학적(지루함을 느껴서) 이유로 하품을 했는지 생리학적(졸려서) 이유로 하품을 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못합니다.

셋째, 진화론적인 가설입니다. 이를 드러내기 위해 하품을 한다는 게 가설의 골자입니다. 하품은 한때 제3자에게 난폭하게 변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였지만 문명화되면서 공격적인 의미가 사라졌다는 것이죠. 잠재적인 포식자의 위협에 대비해 다른 이에게 ‘정신 차리자’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가설이 있나요? 과학자 프로빈(Provine)도 하품에 관한 실험을 거듭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는 대부분의 하품이 잠들기 약 한 시간 전과 잠에서 깨어난 지 약 한 시간 후에 일어난다는 점을 알아냈죠.

그래서 최근 떠오르는 새로운 가설은 림프액이 얼굴 근육으로 잘 흘러가도록 자극하기 위해 하품을 한다는 겁니다. 림프액은 림프계를 통해 몸 속을 흘러다니면서 병균과 질병에 대항해 싸우는 일을 합니다. 하품은 기지개와 마찬가지로, 림프액을 얼굴과 목으로 보내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죠.

마지막으로 뇌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품을 한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실험용 쥐의 뇌 온도가 약 0.1도 정도 상승하자 쥐가 하품을 하고, 쥐가 하품을 하자 뇌 온도가 다시 내려갔다는 연구 결과가 그 근거인데요. 비행기에서 막 뛰어내리려는 낙하산 부대원이나 연설을 앞둔 사람이 하품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지금까지 다섯 가지 가설을 살펴봤지만, 우리는 여전히 하품을 하는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기자도 이 글을 쓰느라 하품이 나는데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하품이 날 겁니다. 설마 지루해서 그런 것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은 건 제 바람일까요?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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