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흔들어도 방치해도 애매한 野의 반기문 딜레마
뉴스종합| 2016-05-30 17:26
[헤럴드경제=김상수ㆍ장필수 기자]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방한일정을 마무리했다. 예상을 웃돈 대권 행보를 보인 반 총장이다. 대권 경쟁 구도를 뒤흔든 채 다시 유엔으로 돌아갔다. 야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임기 중인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대대적인 견제구를 던질 수도 없다. 그렇다고 손뼉만 치자니 반 총장의 행보가 거침없다. 한국 유엔 사무총장의 위상에 흠집을 내기도, 그렇다고 유력 대권주자로의 행보를 지켜만 보기도 애매하다.

반 총장은 30일 마지막 방한 일정에서 “국내 활동에 대해 과대해석하거나 추측하거나 이런 것은 좀 삼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경주에서 열린 유엔 NGO 컨퍼런스에서 “제가 무슨 일을 할지는 저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사람일 테고, 제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김종필 전 총리를 만나고, 여권의 심장부인 TK(대구경북) 지역 방문 일정 등을 두고 대권 출마 수순이란 분석에 선을 긋겠다는 발언이다. 


그는 “정치적 행보와 무관하게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적 행사에 참여하고 주관하기 위해 방한한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잘 (유엔 사무총장을) 마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방한 이후 대권주자로 주목받으면서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이 일자,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전형적인 외교적 수사란 분석도 있다.

반 총장이 사실상 대권행보 수순을 보이면서도 구두로는 명확히 대권 출마를 시사하지 않는, 애매한 입장을 이어가면서 야권의 대응도 난감한 기류가 읽힌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반 총장과 관련, “현실정치에 들어오면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외교 공무원으로서 훌륭한 분이고 인품이 좋은 분”이라고 했다.

기동인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과거와 다른 정치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며 “반 총장이 이에 부합하는 분인지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 부디 현재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세계 평화와 인권 분쟁 해결에 전력을 다하시길 기대한다”고 했다.

박주현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반 총장이 국민의 열망과 벗어나 특정 정치 세력의 대권 선언 행보가 된 듯해 안타갑다”며 “국민의 뜻은 특정 계파로 나서는 게 아니라 유엔 사무총장직을 잘 살펴 국익을 지키라는 일”이라고 했다.

반 총장의 대권행보를 언급하면서도 유엔 사무총장직 수행을 당부하는 정도의 수위가 야권으로선 사실상 내놓을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인 셈이다.

이종걸 더민주 전 원내대표가 이날 내놓은 사과 발언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전 원내대표는 이날 “반 총장 개인에게도 결코 명예롭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말하면서 반 총장 개인을 공격하는 걸로 전달돼 심심한 사과를 드리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 반 총장을 두고 “국민이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이 될지 모르겠다”고 독설한 데에 따른 사과다. 발 빠르게 사과 의사를 표명한 건 그만큼 반 총장을 견제하는 데에 야권 역시 부담이 크다는 방증이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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