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상인 “3개 필지 중 1개 필지는 판매시설 넣지마라”
-3년 넘게 장기표류…지역 주민들도 ‘답답’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복합쇼핑몰이 부지 매입 3년이 넘도록 개발 단계에서 헛돌고 있다. 롯데쇼핑과 지역 재래시장 상인간 이견 차가 좁혀지지 않아서다. 서울시가 중재를 위해 꾸린 상생 태스크포스(TF)도 다음달이면 운영 만 1년이 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DMC역세권 개발과 한류 문화 관광지 활성화 차원에서 2013년 상암DMC 상업용 땅 3개 필지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통매각했다. 부지는 DMC역에 붙은 상암동 1624번지(6162.3㎡), 1625번지(6319㎡),1626번지(8162.8㎡) 등 총 면적 2만644㎡ 규모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롯데쇼핑이 2013년 4월15일 이를 1972억원에 매입했다. 땅값은 감정평가를 거쳐 3.3㎡당 3100만원이었다. 이어 2013년 6월 소유권 이전도 끝냈다. 이 부지의 권장 용도는 ‘판매시설, 업무시설, 제1, 제2종 근린생활시설, 관광숙박시설, 의료시설, 위락시설, 공연ㆍ전시장 등 복합문화 상업시설’로 돼 있다. 권장용도의 50% 이상 입점, ‘3년 이내 착공, 6년 이내 완공’이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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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롯데쇼핑은 지난 3년간 착공은 커녕 개발안도 확정짓지 못했다. 지역 상인들의 반대로 최초 사업계획안은 대폭 수정됐지만, 상인 측의 요구는 계속 이어졌다.
2013년 10월~2014년 10월까지 1년간 시의 DMC 관리위원회 자문을 거쳐 마련한 애초 개발안은 필지와 필지 사이의 도로 2개를 지하까지 통합개발하는 것이었다. 시는 역세권 활성화를 위해 지하 개발을 유도하고, 도로 사용료를 받고자 했다. 이 안에 대해 지난해 5월 마포구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받아 주민 공람도 거쳤다. 이 과정에서 마포구는 마포 농수산물시장 상인 등의 요구로 대형마트, SSM을 두지 말도록 권유했고, 롯데쇼핑은 이를 수용해 롯데마트 입점을 포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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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난해 10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본심의를 앞두고 나왔다. 일부 시의원이 건축심의 이전에 상생 TF를 운영해 상생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제안했고 시가 이를 수용하면서 지리멸렬한 협상이 시작됐다. 시와 소상공인,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한 이 회의는 지난해 7월부터 7차례 열렸다. TF 회의에선 역과 필지간 지하 연결은 최소화하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수용한 개발안이 지난해 두차례 도건위 본심의에 올랐지만 보류됐다.
현재 쟁점은 ‘판매시설 3분의 1 축소’ 범위다. 지난해 말 상인 측은 3필지 중 2필지만 판매시설을 허용하되, 1필지는 문화시설로 조성하라는 안을 냈다. 롯데쇼핑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은 대신 전체 연면적 23만1600㎡의 30%는 판매시설을 두지 않겠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상인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은 반년째 대치 중이다.
롯데쇼핑의 투자 지연에 따른 기회 비용도 커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부지매입비를 포함, 복합쇼핑몰 개발에 총 5000억~5500억원을 투자해 올해 초 완공하는 게 목표였다. 지역민 우선 고용으로 4000~5000명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땅을 사고도 3년간 개발을 못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만일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한 요구로 일관한다면, 법적 대응 등의 시나리오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어쨌든 협상을 잘 마무리 해 연내 착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개발이 장기 표류하면서 상암 월드컵단지 입주민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상암DMC대형쇼핑몰 입점 추진 주민대책위까지 꾸려져 지난주 주민설명회를 갖는 등 롯데몰 입점 찬성 여론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와 마포구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DMC 지역의 유일한 상업용지가 발전되지 못하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도 더 향상되지 못하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이 이렇게까지 지연된 데는 시의 ‘원죄’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시가 애초 상업용부지를 통 매각해 땅 값을 다 받은 뒤, 건축인허가 전에 개발 제한으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용지공급 지침을 보면 세부개발 계획안은 사업자가 시에 제안해 시와 협의해 정하도록 돼 있다”고 말해 법적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 재래상인들의 거센 반대에는 ‘학습효과’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2013년에 홈플러스가 망원동에 들어설 때 망원시장 등 지역 상인의 반대로, SSM을 폐점시키고 재래시장 편의시설(고객지원센터 부지 매입 등)을 위해 30억원을 출연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