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서민 먹거리가 미쳤다①]떡볶이가 만원…서민이 못 먹는 서민 먹거리
뉴스종합| 2016-06-02 14:21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얼마 전 직장 동료와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간 심모(31) 씨는 메뉴판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떡볶이 하나 가격이 1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떡볶이치고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나오기도 민망해서 씁쓸한 기분으로 주문을 했다.

서민 먹거리의 대명사였던 떡볶이와 김밥이 달라졌다. 아이들도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는 학교 앞 분식집의 단골 메뉴, 주머니가 얇아졌을 때 한 끼 식사로 이용했던 길거리 음식으로서의 떡볶이와 김밥은 점점 줄어들고, ‘프리미엄’이란 수식어가 붙어 가격이 배로 늘어난 떡볶이와 김밥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서민은 먹기 어려운 서민 먹거리가 된 것이다.

‘프리미엄 떡볶이 브랜드’를 표방한 빌라 드 스파이시의 떡볶이 메뉴는 가장 저렴한 것이 9000원이다. 프리미엄 떡볶이 중에는 1만3000원짜리 메뉴도 있다. 

프랜차이즈 떡볶이 브랜드 걸작떡볶이의 경우 대표 메뉴인 국물떡볶이가 9000원, 국물닭볶이가 1만2000원이다. 

[사진=123RF]

프리미엄 분식 카페 김피라도 떠먹는 퐁듀떡볶이(8800원), 크림치즈 로제떡볶이(9800원) 등의 프리미엄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김밥의 고급화 바람도 거세다. 전국 2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바르다 김선생은 바른 재료를 이용한 프리미엄 김밥을 모토로 기본 메뉴인 바른 김밥을 3200원, 불고기 김밥을 4800원에 선보이고 있다.

현미와 5대 영양소를 특징으로 내세운 로봇김밥도 2900~4600원대 김밥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슬라이스 치즈 2장을 넣으면 1000원이 추가된다.

좋은 재료를 강조한 바푸리 역시 2500~4500원대의 프리미엄 김밥을 내놓고 있다.

먹거리의 고급화 전략은 전반적인 서민 먹거리의 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밥보다 많이 먹는 식품이 된 커피 시장에서도 고가의 ‘스페셜티 커피’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 커피 감별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커피를 말한다. 1000원대의 저가 커피와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기존의 커피전문점들은 최근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는 ‘스타벅스 리저브’, 탐앤탐스는 ‘탐앤탐스 블랙’, 할리스커피는 ‘할리스 커피클럽’, 앤제리너스커피는 ‘앤제리너스 스페셜티’, 투썸플레이스는 ‘로스터리 매장’을 열고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6000원에서 1만2000원 수준. 3000~4000원대의 일반 아메리카노보다 몇배 비싸고, 웬만한 밥값보다도 가격이 높다.

여름철 대표 디저트인 빙수 역시 ‘프리미엄’ 전략으로 높은 가격대가 형성된 먹거리 중 하나다.

올해 여름을 겨냥해 출시된 빙수를 보면 투썸플레이스 9000~1만2000원, 파스쿠찌 1만1000~1만3000원, 설빙 1만1000원 등 1만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4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의 조사에서는 커피전문점 빙수 평균 가격이 직장인 평균 점심 값의 1.5배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먹거리의 고급화는 대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교 교내에 커피전문점이 들어와 있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학생 할인을 하는 메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메뉴 중에는 학생식당 밥보다 비싼 것도 많다.

대학생 전모(19) 씨는 “친구들과 있거나 조별 과제를 할 때 커피전문점에 가는데 좀 아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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