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힐러리 vs 트럼프…동맹이냐 고립이냐 놓고 극으로 달리는 진흙탕 싸움
뉴스종합| 2016-06-03 10:26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동맹은 미국을 특별하게 만드는 일부이며, 이들과 함께할 때 우리는 더 안전해졌다.”

미국 민주당 대선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동맹의 힘’을 강조한 자신의 외교안보 정책 구상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비록 세부 공약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국제 문제에 개입하는 대신 국내 문제에 집중하자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신(新) 고립주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의 차별점을 명확히 했다.

힐러리는 이날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한 외교 정책구상 연설에서 “트럼프 식으로 한다면 미국은 점점 고립될 것이고 이는 러시아 같은 국가들이 축하할만한 일”이라고 트럼프의 공약을 집중 비판하며 자신의 구상을 내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

동맹 관계에서 핵심 이슈가 되고 있는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 힐러리는 공정한 부담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여기서 논쟁의 핵심은 우리가 동맹과의 관계를 강하게 하느냐 아니면 끊어버리느냐의 여부인데 트럼프의 주장은 미국을 약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방위비를 더 내지 않는 동맹국에서는 미군을 철수시킬 수밖에 없다며 기존 동맹 관계를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했지만, 힐러리는 “미국은 오랜 동맹들 곁에 붙어 있을 것”이라며 현재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힐러리는 같은 맥락에서 한ㆍ미ㆍ일 동맹 역시 한층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군사 지원을 철회하고 핵무장도 용인할 수 있다고 했던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나는 트럼프가 핵전쟁을 이야기하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궁금하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전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며 자신이 국무장관 재직 시절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ㆍ일과 협력했던 일을 소개함으로써, 향후에도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드러냈다.

힐러리의 이같은 외교안보 구상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참신성은 떨어지지만, 영부인, 국무장관, 상원의원의 경력을 거치며 쌓아온 관록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연설 내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준비가 안 됐을 뿐 아니라 지식과 안정감, 엄청난 책임을 요구하는 대통령직에 기질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한편 같은 날 오바마 대통령 역시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트럼프의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해 미국을 테러 위험에 더 노출시키는 “거짓된 위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지도자의 역할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고립주의자가 돼서는 안 된다. 고립주의는 세계화되고 상호 연결된 지금 세상에서는 가능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는 캘리포니아 새크래멘토 유세 현장에서 클린턴이 자신의 외교정책에 대해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며 반박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내가 일본이 핵을 보유하기 원한다고 말하는데, 그만 좀 하라”면서 “나는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그리고 많은 나토 국가들이 우리에게 엄청난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돈을 더 내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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