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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은 1인자들의 대리전…美 대선 향방 가르는 ‘오바마 변수’ vs ‘라이언 효과’
뉴스종합| 2016-06-03 10:47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이전투구가 1인자들의 대리전으로 불 붙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를 향해 연일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고, 공화당의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트럼프 지지를 공식 선언하면서 선거운동에 본격 뛰어 들었다. 미 워싱턴 정가의 1인자들이 힐러리와 트럼프의 대리인으로 나선 셈이다.

▶‘오바마 변수’에 트럼프 팬덤 제동걸리나=오바마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트럼프 때리기’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측면지원에 나섰다. 이에 따라 미 정가에선 집권 2기 임기말에도 국정지지도 50%를 넘기고 있는 ‘오바마 변수’가 트럼프 팬덤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콜로라도 주(州) 콜로라도스프링스의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외교ㆍ안보 구상을 ‘고립주의’(isolationism)로 규정하면서 이는 미국을 테러 위험에 더 노출하고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명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거짓된 위안”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경제 이슈를 고리로 트럼프 공격에 나선 데 이어 연일 트럼프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지도자의 역할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고립주의자가 돼서는 안 된다. 고립주의는 세계화되고 상호 연결된 지금 세상에서는 가능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또 “(각종 분쟁 현장에서) 빠지고 싶고, 다루기 어려운 갈등으로부터 손을 떼고 싶겠지만, 진주만(공습)과 9ㆍ11테러와 같은 공격은 바다 그 자체가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가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IS 조직원들의 가족들을 공격하겠다고 말한 것을 겨냥, “우리가 무력을 사용할 때는 (무고한)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죽이려고 하는 테러리스트와 달리 그 무력을 적절하게 사용할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에는 인디애나 주 엘크하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화당이 경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들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그래도 계속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득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의 ‘도드-프랭크법’ 폐기 공약을 겨냥해 “누가 감히 월스트리트에 대한 규제를 약화하겠다는 제안을 할 수 있느냐, (금융위기가 발생한) 8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벌써 잊었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는 자신이 재임기간 달성한 업적을 ‘옹호’하는 동시에 클린턴 전 장관의 선거 운동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 워싱턴 정가는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가 오차범위 내 초접점을 벌이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 임기 말에도 국정지지도가 50%를 넘는데다가, 흑인은 물론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히스패닉계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AFP통신은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이 본격적인 대선 운동 모드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도 최근 누구나 다 아는 클린턴 전 장관의 ‘비밀병기’가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


▶폴 라이언의 트럼프 지지 공식선언…오바마 vs 라이언 대리전 되나=공화당에선 1인자로 꼽히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나섰다.

라이언 의장은 이날 위스콘신 주 지역신문인 ‘더 가제트’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주류의 입장을 대변하는 라이언 의장은 대선 경선과정에서 줄곧 트럼프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으며, 트럼프가 지난달 초 당의 사실상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에도 지지 선언을 유보해왔다.

하지만, 지난 달 12일 워싱턴DC 의사당 주변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본부에서 트럼프와 회동하고 같은 달 25일 전화통화를 가진 것을 계기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와 긴 대화를 나눴다”며 “나는 우리가 나눈 아이디어들이 입법화할 수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그것이 올 가을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라이언 의장은 이어 “우리 두 사람이 모든 것에 동의한 것은 아니며 필요할 경우 대화할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의 어젠다를 구성하는 이슈들에 있어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라이언 의장은 클린전 전 장관에 대해 “클린턴이 집권하는 것은 진보적 정실주의에 얽매이고 국민보다 정부를 위하는 정권이 4년 더 연장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단순히 말해 그는 우리가 바로잡고자 하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라이언 의장의 측근은 해당 칼럼이 트럼프를 공식 지지한 것이냐는 미국 언론의 질의에 “라이언 의장이 칼럼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며 “그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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