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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롯데 ②] 면세점 1위도 종합화학 12위도…롯데의 꿈 ‘올스톱’
뉴스종합| 2016-06-13 09:30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한지 며칠 만에 미래 먹거리 사업과 각종 굵직굵직한 경영 현안들이 ‘올스톱’됐다.

신동빈 회장이 공을 들였던 미국 석유화학회사 액시올(Axiall) 인수가 무산됐고 국내 최대규모 IPO(기업공개)로 관심을 끌었던 호텔롯데 상장도 물 건너갔다. 또 지난해 재승인에서 탈락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올해 말 특허 재획득을 노리고 있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번 검찰 수사로 신동빈 회장의 유통ㆍ화학ㆍ서비스 등 3대 성장엔진이 한꺼번에 멈춰선 것이다.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본 롯데그룹 본사 전경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검찰이 롯데그룹 본사와 주요계열사를 압수수색한 지난 10일 오후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 인수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연간 매출이 4조원에 이르는 액시올사 인수로 매출규모를 21조원 이상으로 키워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지 사흘 만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외 M&A(기업인수ㆍ합병)을 진행하긴 무리라는 게 롯데그룹의 판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철회를 결정한 뒤 매우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유통, 서비스, 화학을 향후 그룹 경영의 3대 축으로 잡았다.

롯데 관계자는 “화학을 그룹 핵심 사업군으로 육성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번 액시올 인수 실패로 글로벌 12위 화학사 도약의 기회를 놓쳐 아쉽다”고 했다.

그 동안 신 회장이 야심 차게 준비한 지배구조 개선의 첫 단추인 ‘호텔롯데’ 상장도 연기됐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비리 위혹으로 한차례 늦춰진 호텔롯데 상장은 이번 검찰 수사로 사실상 무산됐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12일 자료를 통해 “1월에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호텔롯데는 오는 7월까지 상장작업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현재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변경신고 등 절차 이행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호텔롯데의 상장은 일본 주주의 지분율을 낮추고 주주 구성을 다양화하는 등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사안이므로 향후 방안에 대해 주관사 및 감독기관과 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계 면세점 1위의 꿈도 제동이 걸렸다.

당초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으로 5조2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한 뒤 인수ㆍ합병(M&A) 등 공격 투자에 나설 예정이었다. 특히 국내외 면세점 확장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 글로벌 입지를 갖춘 아시아 3위 호텔, 글로벌 5위권 테마파크 등을 목표로 세웠다.

면세점의 경우 공모자금을 통해 대형 M&A를 1~2건만 성사시켜도 1위 업체인 듀프리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명품브랜드 인수도 검토했었다. 하지만 호텔롯데 상장 무산으로 면세점 넘버 원의 꿈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국내 상황도 어렵다. 올해말 예정된 롯데월드타워 완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잇따른 악재 속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구속되면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승인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약속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룹과 호텔롯데 임직원들이 모두 공들여 준비해 왔다”며 “불가피한 사정으로 무기 연기돼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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