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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연예계①] 한류스타 박유천의 추락
엔터테인먼트| 2016-06-17 12:13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팬덤을 고려하면 ‘대형 쇼크’ 수준이다. 반듯한 이미지의 꽃미남 한류스타가 닷새 사이 두 번의 성추문에 휘말렸다. 연예계 생활 13년 만에 가장 큰 위기다. 두 번의 파문에 박유천(30)은 연예인 생명까지 걸었다.

지난 13일 밤 성폭행 혐의로 고소 당한 사실 알려진 이후 박유천의 사건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온라인과 SNS가 들끓었다. 박유천이 지인 10여명과 갔다는 유흥업소의 상호와 위치,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의 사진과 신상이 떠돌았다. 사건은 상대 여성이 닷새 만에 “강제적인 성관계는 아니었다”며 고소를 취하해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16일 오후 또 다른 20대 여성이 박유천에게 ‘같은’ 방식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유흥업소 화장실에서였다. 13일에 시작, 지난 나흘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일이다. 


치명적인 추문 이후 소속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총 다섯 번의 공식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강경한 어조로 “허위사실”에 “악의적인 공갈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소속 아티스트의 이미지 추락을 우려했고, “무혐의를 입증”해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범죄로 칭한 ‘성폭행’ 혐의가 인정될 경우엔 “연예계를 은퇴하겠다”며 강수를 뒀다.

‘무혐의’에 초점을 맞춘 다섯 차례의 보도자료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았으나, 소속사가 간과한 지점이 있다. 현재의 여론은 박유천의 혐의보다 행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는 점이다. 사회복무요원 신분으로 ‘유흥업소에 출입했다’는 점, 첫 번째 여성의 진술을 토대로 하자면 ‘성관계는 가졌다’는 점, 이 사건들이 일어난 공간의 부적절함이 반듯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한류스타의 ‘도덕적 해이’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박유천은 2004년 동방신기로 데뷔, 지난 13년간 국내외에서 사랑받은 한류스타다.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의 갈등 이후 그룹은 갈라졌지만, JYJ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씨제스는 김준수 박유천 김재중(JYJ)이 떨어져나와 시작부터 함께 한 소속사다. 박유천은 JYJ로는 K-팝을 이끄는 한류의 중심에 있었고, 개인으로는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2010년 KBS2 ‘성균관 스캔들’을 시작으로 SBS ‘옥탑방 왕세자’, MBC ‘보고싶다’, SBS ‘쓰리데이즈’ 등 방송사를 넘나들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스크린에서도 주목받는 인재였다.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영화 ‘해무’로 스크린에 데뷔, 지난해엔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신인연기상을 받으며 몸값도 부쩍 뛰었다.

왕성한 활동 이후 적절한 시기에 군 입대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도 무난한 복귀를 점쳐졌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국 관계자는 “성실하고 반듯한 이미지에 연기력까지 갖춘 데다 팬덤 역시 탄탄해 시청률을 보장하는 남자배우로 꼽혔다”라며 “단지 로맨틱코미디뿐 아니라 장르물까지 소화가 가능하다.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캐스팅 1순위에 올릴 만한 배우였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제대 이후 복귀마저 힘들어 보이는 상황이 됐다. 그간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는 성추문의 여파다. 이번 사태에서 나온 여론의 향방이 박유천의 혐의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바르고 깔끔한 이미지의 박유천이 유흥업소의 출입했다는 것에서 파장이 커졌다”라며 “한 번의 추문으로 넘어가나 싶었던 것이 또 한 번 나오며 평상시 행실이 드러나게 된 것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대중이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같은 일이 반복되니 상습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아이돌 출신의 주목받는 스타인데다 깨끗한 이미지로 구설수에 오른 적도 없었다. 유흥업소에 가서 일탈행위를 했다는 것은 성폭행이 아니라 해도 깨끗한 이미지에 대한 배신감을 안긴다”라고 말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소속사의 매니지먼트 역량도 오르내리고 있다. 한 대형기획사의 관계자는 “연습생이나 신인 시절부터 소속사의 시스템 하에서 철저히 트레이닝 받고 성장한 스타들과 달리 시작부터 톱의 위치에 있었던 연예인들이 소속된 기획사는 수직관계의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다”라며 “소속 연예인의 힘이 더 커질 경우 통제가 힘들고, 소속사 측의 조언이 통하지 않아 도덕적 해이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선 영입 당시부터 소속사를 키운 아이돌 그룹이기에 “소속사 차원의 관리와 통제가 불가능” 했으리라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렇다 할지라도 “부적절한 부분에서 소속사가 도덕적으로 이끌어줘야할 필요”(하재근 평론가)가 제기되고 있다.

박유천의 추문은 업계에도 충격을 안기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JYJ는 물론 한류 이미지 전반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팬덤으로 움직이고 성실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생명인 아이돌그룹에게 성 추문은 치명적이다. 한 사람의 논란이 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나 방송 출연에 지장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사건 자체가 부적절하다. 군 복무를 마칠 때까지 시간은 남아있지만 어떤 프로그램의 PD도 이들을 섭외하기 위해 위험부담을 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서 소속사가 할 수 있는 것은 박유천 사태와 JYJ를 분리하는 방법인데, 그것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외에서 사랑받은 스타들이 연이은 사건사고는 한류 전반으로 불똥이 튄다는 시각이 많다. 앞서 슈퍼주니어 강인의 음주운전 사건, SS501의 김현중의 여자친구 폭행사건, 가수 세븐의 군 복무 중 안마시술소 출입, 배우 박시후의 성폭행 혐의 피소 등이 지난 몇 년 사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이슈가 됐다. 한류스타 한 사람은 이미 ”개인의 영역을 뛰어넘어 국가 브랜드 이미지까지 움직이기에“(정덕현 평론가) 이들의 행실이 한류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한류스타 등 영향력 있는 연예인들의 경우 소속사 차원에서 인성교육, 행실교육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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