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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길병원, ‘손가락 골절환자 사망’ 의료사고 은폐 정황 발견…병원 신뢰성 스스로 실추
뉴스종합| 2016-06-21 06:46
-시민ㆍ환자 의료처방 인식 불안 가중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에 대한 신뢰성이 실추되고 있다. 지난해 손가락 골절 수술을 받은 20대 군인이 길병원 간호사의 잘못된 약물 투여로 인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 길병원 측이 이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형사재판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인천을 대표해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 온 길병원은 이 증거 은폐 사실로 인해 시민 및 환자들에게 병원 의료처방 인식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 소재 가천의대 길병원 간호사 A(26ㆍ여) 씨는 지난 2015년 3월 19일 오후 1시 50분께 손가락 골절 접합수술을 받고 회복을 위해 병동으로 온 육군 B(20) 일병에게 마취할 때 기도삽관을 위해 사용하는 근육이완제인 ‘베카론’을 투약했다.

하지만 당시 의사가 처방전에 쓴 약물은 궤양방지용 ‘모틴’과 구토를 막는 ‘나제아’였다. 결론적으로 A씨는 잘못 투약한 것이다.

주사를 맞기 2분 전까지 친구들과 휴대전화로 카카오톡을 주고받던 B일병은 투약 후 3분 뒤 심정지 증상을 보여 의식불명에 빠졌고 한 달여만인 지난해 4월 23일 저산소성 뇌 손상 등으로 숨졌다.

인천지법 형사5단독 김종석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간호사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문제는 B일병이 사망에 이르게 한 이같은 정황에 대해 길병원 측은 이 사건의 증거를 은폐하려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점이다.

당시 병원 측은 사고 발생 직후 병동 안에 있던 ‘베카론’을 없애고 간호 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지법 재판부에 따르면 사고 당일 병원 측은 의료사고를 대처하는 적정진료관리본부장을 비롯해 병원 부원장, 담당 의사, 법무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었다.

재판부는 당시 이 회의에서 “병동에서 근육이완제가 발견됐다. 병동에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갔고, 사고 뒤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의료사고가 명백하다. 투약사고인 것 같다’는 이야기도 돌았다고 전했다.

병원 측은 사고 후 B일병이 숨진 병동에 설치된 비치약품함 안에서 베카론 3병을 빼내고 고위 험약물의 위치도 바꿨다.

병원 직원들은 이 약물을 병원 내 약국에 반환한 것처럼 ‘약품비품 청구서와 수령증’을 허위로 작성했다. 실제로는 약국이 아닌 적정진료관리본부로 넘어갔다.

이후 3개월 뒤 다시 약품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손에 건네져 책상 서랍에 보관됐다가 결국 수사기관으로 넘겨졌다.

병원 적정진료관리본부장은 지난해 5월 수사기관 조사에서 “베카론을 잘못 투약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 직후 병원 측의 조치로 볼 때 베카론 오투약으로 B일병이 사망한 사실을 A씨와 병원이 사전에 알았던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A씨가 투약 후 5분가량 B 일병과 정상적인 대화를 나눴다는 취지의 간호기록지가 의도적으로 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지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오랜 역사동안 인천을 대표해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온 길병원에 대해 실망이 크다”며 “앞으로 길병원 이용하기가 걱정될 만큼 길병원에 대한 신뢰성을 가질 수 없고, 의료처방에 대한 인식도 불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박모(57) 씨는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길병원이 정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모두를 속이려 한데 대해 화가 난다”며 “그동안 이 병원을 믿고 다닌 나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인 든다”고 말했다.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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