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택연금의 경제학①]불안한 노후…주택연금 창구로 몰려가는 노인들
뉴스종합| 2016-06-25 10:37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1. 경기도 고양시에 살고 있는 A(74)씨, 3억4500만원 짜리 집을 가지고 노후에 대비하고 싶었지만 이미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로 1억3900만원을 받은 상태라 기존의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었다. 뚜렷한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매달 나가는 대출 이자 33만9000원도 그에겐 큰 부담이 됐다. 그렇다고 집을 팔고 나면 들어가서 살 곳도 없고…

막막해 하던 그에게 은행은 새로 나온 ‘주택담보대출상환용 주택연금’을 소개해 줬다. 연금도 받고, 빚도 바로 갚아 이자부담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는 말에 A씨는 자녀와 상의하고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앞으로 매월 43만원의 연금을 받아 생활하게 됐다.

#2.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는 B(78)씨.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살기 위해 주택연금을 가입하고 싶지만 8900만원 밖에 되지 않는 자신의 집으로 신청하면 39만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가입을 망설이고 있었다. 어느날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실시된 내집연금 3종세트 설명회를 듣던 B씨는 주택 가격이 1억5000만원 이하면 연금을 더준다는 ‘우대형 주택연금’을 소개받은 그는 다시 한번 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경우 월 수령액이 44만원으로 오른다는 말을 듣고 즉시 주택연금을 신청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존 주택담보 대출 때문에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던 노인들도, 1억도 안되는 집값때문에 연금 수령액이 낮아 연금 신청을 망설이던 노인들도 요즘 주택연금 가입을 위해 상담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출시된 ‘내집연금 3종세트’덕에 가입문이 넓어진 덕분이다.

어려운 경제속, OECD 국가중 1위를 달리는 노인빈곤률 속에서 집을 물려주겠다며 자녀들에게 생활비 부담을 지우느니, 차라리 주택연금을 받아 살면서 자녀에게 부담이 되지 않겠다는 노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B씨처럼 주택가격이 낮아 주택연금을 받지 않고 있던 사람들이다. 기존보다 8~15%정도 늘어난 연금수령액 덕분에 마음을 돌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한달간 ‘우대형 주택연금’에 가입한 노인들은 332명으로 가입자 전체의 25.5%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전체 주택연금 가입자 수 487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역시 우대형 주택연금을 신청한 C(74)씨 역시 강원도 원주시에 있던 주택(1억1000만원)으로 주택연금을 신청할 경우 기존 주택연금으로는 41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해서 포기하고 있다가 우대형 신청시 46만원으로 오른다는 말을 듣고 가입한 경우다. C씨는“이 나이에 한달에 5만원이라도 더 받는게 어디냐며 먼저 가입한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자녀들에게 손벌리기 보단 주택연금 받으며 자녀들 부담되지 않는게 더 낫다고 해서 가입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아 가입이 불가능했던 사람들 역시 일시인출금한도가 높아지면서 대출을 모두 상환하고 가입할 수 있게 돼면서 가입이 늘었다. 지난달 이런 식으로 가입한 사람은 127명이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내집연금 3종세트를 포함해 주택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은 모두 1302명으로, 지난해 5월 가입자 수(487명)의 약 3배에 달했다. 한달에 1000명 이상이 주택연금에 가입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madpe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