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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 싫다” 샤샤샤, ㅋ, 땡땡땡…의미없는 노랫말에 꽂힌다…왜?
엔터테인먼트| 2016-06-29 09:38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새 신을 신고서 #샤샤샤”(지드래곤), “맛있다고 #샤샤샤”(장현승).

걸그룹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 사나가 언급한 가사 한 줄은 올 상반기 대중문화계를 강타한 유행어가 됐다. 배우 이종혁은 28일 MBC ‘두시의 데이트’ DJ로 출격한 지난 28일 ‘치어 업’을 선곡한 뒤 “제목이 ‘샤샤샤’인 줄 알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원래 가사는 ‘부끄럽다’는 의미의 ‘샤이 샤이 샤이(shy shy shy)’였으나 일종의 ‘몬데그린(mondegreen·어떤 발음이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발음처럼 들리는 것) 현상이 다양한 의미를 부여, 새로운 의성어로 재탄생했다.

대중음악 시장에서 귀에 쏙 들어오는 의성어 가사와 제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외계어(외계인이 쓰는 말처럼 이해하기 힘들다는 뜻)가 범람했던 아이돌그룹의 노랫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시기는 이미 있었다. 현재는 한 번 들으면 귀에 꽂히는 ‘키워드’ 가사와 제목이 10~20대의 음악소비층 사이에서 열광적인 반응이 나오며 새로운 ‘현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또 다른 차이를 보인다. 



최근 새 앨범을 발표한 장기하와 얼굴들은 타이틀곡으로 ‘ㅋ’를 내놨다. 제목은 명료했으나 노래 가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숱하게 주고 받는 ‘ㅋ’라는 한 단어에 사랑의 의미를 부여한 창작자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됐다. 가사는 “너는 쿨쿨 자다가 아주 짧게 ㅋ 한 글자만 찍어서 보냈다 (중략) ㅋㅋㅋ도 ㅋㅋ도 아닌 한 글자에 눈물 콸콸콸콸콸콸콸”이다.

장기하는 새 앨범의 전체 콘셉트를 ‘비워내기’로 잡고 앨범을 구성했다. 그는 “이번 앨범을 만들며 최소한의 소리만을 넣고 싶었고, 작사 역시 최소한의 단어로만 표현하고 싶었다”며 “자연스레 후렴구에 같은 글자가 반복되는 곡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 글자만 가지고도 충분히 재미있는 운율을 만들 수 있다면 굳이 많은 말을 집어넣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ㅋ‘라는 제목과 가사가 태어난 배경이다. 



‘여자 자이언티’로 불리는 수란의 신곡 역시 ‘땡땡땡’이라는 의성어의 제목가 가사(“이제 그만 넌 out! 땡땡땡”)가 인상적이다. 수란이 곡을 쓴 의도 역시 명확하다. “남자친구가 바란핀 흔적을 파헤처 증거를 잡아내 ‘넌 끝이야’라는 말을 미니멀하게 삼음절 패턴으로 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훅에 땡이라는 한 단어를 반복적으로 클럽튠에 맞춰 넣으면서 중독적인 사운드를 끌어냈고 다소 진지할 수 있는 끝이라는 말을 구성 콘셉트 맞춰 유쾌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싱어송라이터 최낙타도 새 싱글 ’으으‘를 발표, “비가 오는 날 이불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 ‘으으’라는 의성어, 감탄사가 나오는 것”을 제목과 가사로 반영했다. 



창작자들의 의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수용자들의 입장에선 음악과 간결한 의성어의 제목이나 가사가 조화를 이루니 ”공감대가 더 커지는 효과“가 있다. 정덕현 대중음악평론가는 ”말에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감과 박자감각이 있기 때문에 의성어 의태어의 경우 한 번 들으면 말의 느낌을 금세 알 수 있고, 공감대가 커진다“라며 ”의미보다 음악적인 느낌을 중요시하는 세대에게 접근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최낙타의 소속사 유어썸머 최진석 이사는 “특징적인 부분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곡을 쓴 사람의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오게 하는 요소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중음악의 주소비층이 10~20대로 자리한 최근 짧고 간결한 의성어 제목과 가사는 ‘취향 저격’형 가사인 셈이다. 특히 진지함보다는 감각적인 것을, 복잡함보다는 단순함을 선호하는 세대에게 적합한 노랫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장기하 측 관계자는 “너무 많은 선택을 강요받아 햄릿 증후군이 온 세대들에게 정확한 선택을 표현하는 말보다 모호한 표현을 던져 듣는이가 알아서 해석하게 하는 방식이다”며 “모호한 세대들의 언어법을 대신한 것”이라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10~20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의성어를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파급력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의성어 가사와 제목은 SNS를 타고 유행어가 되고 있다. 트와이스의 ‘샤샤샤’는 이미 인스타그램에 해시태크와 함께 4만여개 가량의 용례를 만들어냈다. ‘부끄럽다’는 의미는 진작에 사라졌다. 미디어가 노출하는 수많은 기사와 지드래곤, 장현승 등 10대들의 우상이 SNS를 통해 용례 확산에 일조했다.

이택광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의 10대들은 부모들이 모든 것을 선택해주는 세대다. 부모들의 선택은 질서정연하고 개념을 부여한 규범인데, 젊은 세대에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노랫말을 스스로 재해석하는 것은 규범화된 틀을 깨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며 “규범이 부여하는 피로감에 대한 이탈로 해석이 가능하다. 혼자 이야기할 땐 무의미했던 것이 SNS의 발달을 통해 ‘샤샤샤’와 ‘ㅋ’와 같은 노랫말을 공유하고 새로운 용례를 만들어내며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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