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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가계부채 보고서①] 저금리ㆍ전세난ㆍ불황이 낳은 ‘빚폭탄’ 브레이크가 없다.
뉴스종합| 2016-06-29 10:42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우리나라 가계 빚은 1223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가계 부채 공화국’이란 말이 회자될 정도로 절대적인 금액 뿐 아니라 증가의 속도 등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전세난, 경기불황이 낳은 빚 폭탄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6년 1분기 중 가계신용 잔액(잠정치)’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 빚 총액은 1223조6706억원이었다. 전분기보다 무려 20조6000억원(1.7%)이 늘었다.

가계부채는 발표 때 마다 기록을 갱신해 가는 ‘기록 제조기’와 같다. 가계 부채는 2013년 2분기부터 11분기 연속 사상 최대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가계 부채도 한은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의 부채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계 부채는 불과 5년 전인 2011년에는 1000조원에 못미쳤다. 당시 916조원이던 가계 빚은 2013년 1019조원으로 1000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선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2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의 가계 부채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볼 때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어서 우려가 크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3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4%로 1년 전보다 4%포인트 증가했다. 비교 대상 18개 신흥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서는 3위였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962년만 해도 1.9%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2000년 50%대, 2002년 60%대로 진입하며 가파르게 치솟으며 홍콩을 앞지른 뒤 13년째 신흥국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미국(79.2%)이나 일본(65.9%), 유로존(59.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가계 부채의 증가는 단연 주택을 기반으로 한 대출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천정부지의 전세 가격에서 파생된 주거난, 오랜 불경기 등의 3박자가 겹치며 대한민국 가정들의 빚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특히 저금리와 주거난은 상호 작용을 일으키며 가계 부채의 증가에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는 주거난에 직면한 30대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점에서 증명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전세가격, 그리고 그 마저도 대거 월세 물량으로 전환돼 임대차 시장에서 쫒겨난 젊은 세대들이 빚을 내 주택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30대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1조원으로 3개월 새 10조4000억원(1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30대가 받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한 해 15조9000억원이 증가했는데,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증가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여기에 너도 나도 저금리를 틈타 신규 분양 시장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집단대출 또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집단대출은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 규제 대상에서 빠졌던 대출 항목이다.

올해 1∼5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19조 원)의 52.6%인 10조 원이 집단대출이었다. 결국 정부는 부랴부랴 집단 대출에 대해서도 보증 금액을 제한키로 하면서 수습에 나섰지만, 한 발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이달 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하면서 가계 부채 폭증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환능력이 양호한 소득 4~5분위 가구가 가계부채의 70%를 보유하고 있고, 금융자산이 부채대비 2배 이상 상회한다는 점에서 아직 건전성에 큰 위협은 없다”라며 “다만 경기회복이 더딘 가운데 부채 증가속도가 소득 증가속도를 상회하고 있어 소비위축 등 거시경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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