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또 오해영 종영①] 다시 찾아온 ‘로코’의 흥행…뭐가 달랐나?
엔터테인먼트| 2016-06-29 11:00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뻔하겠지 싶었다. 망가지는 여주인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자님 같은 남자주인공은 결국 ‘그녀’를 택한다. 그동안 쏟아진 로맨틱코미디(이하 로코)는 코미디 요소를 더한 또 다른 신데렐라 스토리에 불과했다.

‘또 오해영’은 달랐다. 지난 28일 18회로 마지막 방송을 마친 드라마는 신데렐라 스토리 공식을 깨고 막을 내렸다. 9주 간 수 많은 기록을 갈아치우며 OST로 음원 차트까지 섭렵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이제 그만, 여주인공이 달라졌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은 동명이인인 두 오해영이 외모와 동일한 이름 때문에 겪는 좌충우돌을 담은 로코다. 예쁜 오해영(전혜빈)과 평범한 오해영(서현진)의 운명이 계속 부딪히는 가운데 박도경(에릭)과의 로맨스가 그려진다.

역시나 했다. 여느 로코의 여주인공처럼 평범한 오해영(서현진)은 철저히 망가졌다. 평범한 오해영(서현진)은 술주정은 기본 쌍 코피에 엉망이 된 헤어스타일까지 무차별적으로 망가진다. 굳이 망가지지 않더라도 비교의 대상이 된다. 예쁜 오해영과 학창시절부터 비교를 당하다 이제 좀 벗어나나 싶었더니 회사에서까지 악연은 계속된다.

[사진=CJ E&M 제공]


하지만 오해영은 다른 로코의 여주인공들과는 좀 다르다. 오해영(서현진)은 박도경(에릭)에게 먼저 고백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남자 주인공의 적극적인 구애에 여자 주인공은 몇 번을 고사하다 결국 받아들이는 뻔한 러브스토리와 다른 반전이다. 주변에서 “쉬운 여자”나 “미친년” 소리를 들으면서도 해영은 도경에게 먼저 고백한다. 이 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다.

이영미 드라마평론가는 “‘또 오해영’의 가장 큰 흥행 요인은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벗어났다는 점과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라며 “여성이 남자에 의해 선택되는 측면이 많았는데 ‘또 오해영’에서는 오히려 여자가 먼저 선택하고 좋아하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이전의 여자 주인공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데렐라 스토리의 기본은 낮은 지위의 여성을 구해주는 남성이 등장하는 건데 여기서는 그런 공식이 없다”며 “지금의 여성들에게 자기 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남자가 나를 거두어서 인생이 풀린다는 내용은 더 이상 매력도 없고 가능성도 낮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CJ E&M 제공]

▶‘주옥’ 같은 주변 인물들, 주인공만큼 빛났다= 주인공만큼이나 빛나는 조연 덕에 스토리는 더욱 알찼다. 코믹하면서도 개개인의 스토리가 입체적으로 살아있는 주변 인물들이 탄탄했다.

이른바 ‘걸크러시’를 일으킨 건 비단 여주인공 서현진만이 아니었다. 평범한 오해영의 엄마로 등장하는 황덕이(김미경)은 딸에게 “미친년”이란 소리를 입에 달고 살면서 사이다 잔소리를 쏟아내지만 알고 보면 정 많고 따뜻한 엄마다. 오해영의 상사로 등장하는 노처녀 과장 박수경(예지원)은 독보적인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마녀 상사로 그려지지만 알고 보면 유부남과의 교제로 연일 술로 보낼 수 밖에 없는 아픔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도경의 친구이자 철없는 변호사 이진상(김지석)과 연상 연하 커플로 애정라인을 만들어가 둘 사이의 케미가 드라마에 또 다른 색깔을 입혔다. 


[사진=CJ E&M 제공]
[사진=CJ E&M 제공]

평범한 오해영의 동생 커플도 재미를 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 박훈(허정민)과 윤안나(허영지)도 티격태격하다가도 닭살커플을 보여주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다른 드라마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또 오해영’은 각자의 사연을 가진 조연들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다”며 “단순히 주인공을 서포트하기 위해 등장하는 게 아니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미 드라마평론가는 “최근 애정 드라마에 전반적으로 코믹한 요소가 가미되고 있는데, ‘또 오해영’은 조연 캐릭터를 잘 잡아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CJ E&M 제공]

▶여전히 남아있는 신데렐라 스토리, 연장 편성은 ‘글쎄’= 또 하나의 신데렐라 공식은 깨지다 만 부분이 아쉽다. ‘백마 탄 왕자님’에 관한 쟁점이다. 도경은 재벌도, 대기업 직원도 아닌 음향감독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뻔한 배경이 아니라 자기 일에 전념하는 평범한 남성 캐릭터라는 점에서 여느 신데렐라 스토리와는 달랐다. 한 때는 잘 나가는 집안이었지만 지금은 스폰서를 찾아 다니는 엄마가 골칫거리일 뿐이다.

다만 여전히 도경의 엄마는 “해영은 너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반대를 하는 상황이 연출됐던 점, 해영의 미래를 보는 초능력으로 위기에 빠진 해영을 번번이 구해주는 흑기사로 등장하는 부분에서 신데렐라 스토리의 기시감은 어쩔 수 없다.

연장 편성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에 ‘또 오해영’ 제작진은 지난달 25일 “2회 연장 편성”을 알려왔다. 2화를 추가 편성해 18부작 방송으로 확정했다. 12회까지는 빠른 전개로 10%를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였지만 2회를 더 추가한 게 복병이었을까, 15회에서는 느려진 전개로 7.9%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떨어지며 고전했다.

이영미 드라마평론가는 “거의 모든 드라마가 중반부터 지지부진해지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보여지지만 연장편성을 하게 되면 기승전결 중 반전을 주기까지 시간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더 지루해질 수 밖에 없다”며 “‘또 오해영’도 연장편성이 결정되고 이러한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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