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세상읽기] 명언이 된 유행어
뉴스종합| 2016-07-01 11:02
2016년이 이제야 입에 붙으려 하는데, 벌써 허리가 꺾여 7월이 됐다. 꼭 어르신이 아니라도 세월의 무상함을 쉬이 느끼게 되는 시기다. 이맘 때면 언론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연예 분야에서 유명인들이 공적, 혹은 사적인 자리에서 했다가 화제가 된 발언들을 정리해 전해주곤 한다. ‘상반기 유행어모음’ 같은 제하의 기사들은 흥미롭기도 하고,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회상하는 시간도 갖게 된다. 

요즈음 한창 패러디되는 영화 ‘곡성’의 “뭣이 중한디”나, 히트드라마 ‘태양의 후예’ 송-송커플이 주고받은 대사, 김흥국-조세호의 ‘왜 안왔어’ 등이 SNS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았다. 아저씨들의 7080 유머 ‘아재개그’도 부장님개그와 함께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유행어는 당연히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한다. 지금처럼 극심한 취업난에는 헬조선같은 말이 유행하듯이 말이다. 수명은 길지 않다.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다가 봄눈 녹듯 사라진다. 그 자리는 새로운 신조어나 유행어가 대체한다. 하지만 의외로 장수(?)하는 말도 있다. 10여년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한 연예인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발언이다. 당연히 궤변으로 들렸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니 끝없는 복제와 패러디가 가능한 명언이었다. 납득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사건과 관련된 장본인들이 저 유행어를 변형해 해명을 하면 이해가 된다. 이해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아먹겠다’는게 정확한 표현이리라.

검사장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로비의혹은 검찰수사를 통해 로비는 실패했고 탈세는 한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변호사가 된지 수년 만에 수백억대의 재산을 축적한 진실은 알 길이 없어졌다. “청탁은 받았으나 로비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롯데 등 기업비리를 추상같이 파헤치는 검찰의 기세를 보면,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는 매우 인간적으로 진행됐다는 느낌을 준다.

부산지역 학교전담 경찰이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한 파문도 그 진상파악과 처벌과정이 석연찮다. 해당 경찰서장은 징계대신 사표를 수리했고, 이는 강신명 경찰청장 등 상부에 제대로 보고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범죄자에게 엄정했던 경찰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나친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다. “잘못은 저질렀지만 위에 보고할 일은 아니다”라고 해석해야할까. 검찰과 경찰은 법과 국민의 안녕을 침해하는 이들과 싸우는 조직이다. 같은 범법행위라도 내부자가 저지르면 감싸주고, 일반인이 저지를 때만 엄벌을 내린다면 누가 결정을 신뢰하겠는가. 

최근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것 중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후대처가 있다. 규정도 까다롭고 위반했을때 처벌도 강한 미국에는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했지만, 한국 유럽 구매자에게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같은 배출가스 조작장치를 부착했지만,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배출가스 조작은 범죄지만, 한국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수입자동차판매와 배출가스 관련 기준 등이 허술한 것도 원인제공을 했지만 유쾌하지는 않다.

괴상한 논리를 앞세운 궤변이 은근슬쩍 사태를 무마하는 해명으로 인정되어서는 곤란하다. 비웃음을 사야할 유행어가 명언이 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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