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슈퍼리치] ‘본인인증’부터 ‘경쟁사 저격’까지…美 대표부호 8명의 첫 트윗은?
뉴스종합| 2016-07-05 10:32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당신 인생 최고의 삶을 사세요(Live Your Best Life).” 

2009년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가 트위터 계정에 가입하고 올린 첫 글이다. 사생아 출신의 흑인 여성, 성폭력 피해자 등 인생의 암흑기를 견디고 마침내 세계 최고의 방송인이 된 그의 짧은 조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누구나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처음 글을 올릴 때 하는 공통적인 고민은 ’무슨 말을 해야할까‘다. SNS에 처음으로 다는 글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수단이자 어떻게 SNS를 활용할 것인지 보여주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유명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큰 명성을 얻었든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든 상관없이 ’소셜미디어‘라는 공간에서 자신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는 모두가 공유하는 고민이다. 

앞서 오프라 윈프리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말 한마디로 트위터를 시작했듯 아래 소개된 8인의 기업인들은 각자 다른 이유와 사연을 갖고 트위터에 입문했다. 너무 유명해서 자기를 사칭하는 사람들 때문에 트위터 계정에 가입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자랑하거나 기업 홍보 수단을 위해 SNS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과 색깔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창구로 트위터를 선택한다. 주로 ‘트윗(트위터에 글을 남기는 것)’만으로 승부를 보는 트위터는 그래서 유명인사들에게 더 매력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 짧은 말 한마디로도 엄청난 파급력을 떨칠 수 있으니 말이다.

엘론 머스크

엘론 머스크(Elon Muskᆞ45): “다른 트윗들은 무시해주세요. 이게 진짜 접니다.”
전기차 테슬라에서 우주항공 스페이스X, 고속열차 하이퍼루프 창업에 이르기까지 ‘괴짜 창업가’, ‘아이언복을 입지 않은 토니 스타크’ 등 여러 별명을 가진 엘론 머스크. 그의 특유의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행보가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기 때문일까. 엘론 머스크는 자신을 사칭하는 이용자들 때문에 2010년 6월 어쩔 수 없이(?) 트위터 계정에 가입했다. 그는 ‘@대담한엘론머스크’, ‘@가장현명한부자’ 등의 이름을 한 트위터 계정들은 자신이 아니라며 해당 사칭자들에게 경고를 날리면서도 웃는 모양의 이모티콘을 이용하는 유머를 잊지 않았다. 

워런 버핏

워런 버핏(Warren Buffettᆞ85): “버핏이 여기 있다.”
워런 버핏은 대중에게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2013년 5월 당시 그가 처음으로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리자마자 팔로워 수가 3만6000명으로 급증했고 7000개의 리트윗이 발생했다.

사실 워런 버핏은 평소 신중하고 말을 아끼는 태도로 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트위터 가입 소식이 보도됐을 때 그가 사적인 공간으로 트위터를 이용하기 보다는 더 높은 ‘투자’ 수완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 트위터가 세상에 나온 이후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트위터를 투자자들의 소통 수단으로 이용했고, 워런 버핏도 “이런 현상에 동참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버핏은 평소 자신의 투자 철학답게 현재까지 아무도 팔로잉하고 있지 않다.

숀 파커

숀 파커(Sean Parkerᆞ36): “저커버그 씨 미안해요. 결국 했어야만 했어요(스쿠터 브라운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페이스북 초대 CEO를 지낸 숀 파커는 마크 저커버그에게 사과하는 글로 첫 트윗을 작성했다. 숀 파커는 페이스북 최초 투자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을 저커버그에게 소개시키는 등 페이스북과 동고동락하는 2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2011년 그는 자신이 창업한 냅스터를 온라인음악서비스 랩소디에 넘기자마자 저커버그에게 경쟁사와 협력하게 돼 미안하다는 글을 남기러 트위터에 가입했다. 하지만 그의 사과 또한 ‘형식’에 불과한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얼마 안가서 그의 새로운 스타트업인 실시간 영상 공유 사이트 에어타임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결국 숀 파커도 에어타임의 홍보를 위해 마크 저커버그와 트위터를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편 스쿠터 브라운은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이자 유명한 연예기획자다.

래리 앨리슨

래리 앨리슨(Larry Ellisonᆞ71): “오라클이 기업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점수에서 100점 이상을 얻었습니다. SAP는 아무 점수도 얻지 못했죠. 아마 2020년까지 쭉 그럴 겁니다.”
2012년 7월 오라클 창업자 래리 앨리슨은 경쟁사 SAP를 저격하는 수단으로 트위터를 선택했다. 이 글은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린 트위터 멘션으로 순식간에 2만명 이상의 팔로 워 수를 기록했다. 과거 오라클의 파트너였던 독일의 기업용 소프트웨어사 SAP와 그 자회사인 석세스팩터(비즈니스 수행 소프트웨어 회사)를 동시에 저격하며, 클라우드 산업에서 오라클의 입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려는 앨리슨의 노력으로 해석된다.

칼 아이칸

칼 아이칸(Carl Icahnᆞ80): “트위터는 아주 훌륭하다. 나는 델(Dell)만큼이나 트위터가 좋다.”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도 일의 성공을 위해 트위터를 시작했다. 2013년 델 컴퓨터가 비상장 회사로의 전환을 발표하며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공개매수한 것이 발단이 됐다. 투자자 중 한 사람이었던 칼 아이칸이 델의 주식 매입 가격을 큰 폭으로 높이며 인수하려 했지만, 미국 델라웨어 법원이 그의 제안을 거절하며 6개월 간의 법정싸움은 끝이 났다. 트위터에 공개적인 글을 남기면서까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던 아이칸의 첫 트위터 시도는 결국 실패한 셈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주로 자신의 성공담이나 투자 관련 내용으로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도배하고 있다.

루퍼트 머독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ᆞ85): “책 ‘이성적 낙관주의자’를 읽었다. 훌륭한 책이다.”
영국 더 타임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폭스 영화사 등 전세계적으로 120개가 넘는 미디어 회사를 거느린 뉴스코퍼레이션 루퍼트 머독 회장은 전 슈퍼모델과의 재혼 소식을 알리는 등 지극히 사적인 목적으로 트위터를 ‘자주‘ 이용하는 유명 인물이다. 2012년 그의 첫 트위터 멘션은 매트 리들리 저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를 칭찬하는 글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좋은 책을 권하기 위해 올린 글이 아니었다. 미디어뉴스매체 1세대를 위협하는 트위터의 등장을 견제하면서도 젊은 세대에 부는 미디어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여든 살이 넘은 나이에 ‘지피지기’ 전략을 실천한 셈이다. 그의 첫 팔로잉 대상도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였다. 도시는 “루퍼트 머독이 자기 목소리, 자기 방식으로 트위터를 시작했다”며 감탄에 가까운 트윗을 날렸다. 당시 루퍼트 머독은 트위터 시작 이틀 만에 17개의 글을 남겼다. 현재 그의 팔로워 수는 3만9000명이 넘는다.

피에르 오미디아르

피에르 오미디아르(Pierre Omidyarᆞ49): “무엇에 대한 소란인지 궁금하다.”
프랑스 출신의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다이어는 루퍼트 머독보다 좀 더 ’강하게‘ 의견 표출의 창구로 트위터를 이용한다. 사회·정치적 사안에 대한 웹사이트 기사의 링크를 걸어놓고 개인 의견을 다는 것으로 유명해 2007년 트위터를 시작한 직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소란’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해 왔다. 

최근엔 반(反) 도널드 트럼프 사단의 열성분자로 활동 중이다. ‘네버 트럼프’ 반 트럼프 슈퍼팩에 1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지난달 30일에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기사 링크를 걸어놓고 “트럼프는 강간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란 글을 남겼다. 트럼프는 최근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 반대하며 “TPP의 지지자들은 미국이 강간당하길 원하는 사람들”이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그는 총 트윗 수 7000개가 넘을 정도로 트위터의 열혈 이용자다. 

잭 도시

잭 도시(Jack Dorseyᆞ39): ”지금 막 트위터 작업을 끝냈다.“
2006년 3월 트위터 사이트가 열리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의 장도 함께 열렸다. 잭 도시는 트위터 역사상 처음으로 트윗을 올렸다. 어쩌면 몇년 후, 전세계 교과서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시초’란 제목으로 기록될 수 있을 만큼 의미가 큰 멘션이었다. 

요즘 트위터는 이용자 정체현상과 경쟁 기업들의 연이은 인수합병 등으로 내외부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잭 도시는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트위터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음악 스트리밍업체 사운드클라우드에 1억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며 ‘음악’ 서비스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사업가 이용자들을 위한 대시보드(비즈니스와 연결된 SNS) 앱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거대 인수합병까지 현실화 된다면, 잭 도시가 기대하는 재기를 노려볼 만 하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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