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꺾어내면/들 한쪽이 가만히 빈다/아무도 모르게 저를 키워와선 이렇게 꺾인다/어쨌든 이렇게 꺾어지고 나면/애초에 없던 약속마저 애처롭다.”(김완수 시인의 시 ’들꽃‘)
한 사람이 살고 간 자리가 아무렇지 않을 순 없다. 홀로 조용히 풍화한 이들이랄지라도 그 만큼의 자리는 비게 마련이다. 누군가는 그보다 좀더 넓게, 또 다른 누군가는 메울 수 없는 빈 자리를 남기기도 한다.
신문에 ‘가만한 당신’이란 부고 기사를 연재해온 저자가 그 중 특히 기억하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를 골라 같은 이름으로 책을 냈다. 인권과 자유, 차별 철폐와 페미니즘, 조력 자살과 동성혼 법제화 등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위해 앞서 헌신한 이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의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