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이트 ‘중계’에서 ‘직접 설립’하기도
범죄수익으로 투자 등 부가 사업도 진행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1조원대 도박 사이트를 운영, 이를 통해 벌어들인 범죄 수익으로 문어발식 투자까지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해외 온라인 베팅사와 총판 계약을 체결, 이를 중계하는 사이트를 개설한 혐의(도박개장ㆍ도박공간개설)로 총책 박모(35) 씨 등 38명을 검거해 11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박 씨 일당 중 전직 프로축구 선수 김모(33) 씨와 ‘경주 통합파’ 조직폭력배 김모(35) 씨 등도 포함돼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상습 도박자였던 박 씨는 고향 선후배, 호주 교포 등을 모집해 2012년 9월부터 해외 유명 스포츠 베팅 사이트 회사인 피나클ㆍ스보벳ㆍ텐벳ㆍ아이비씨벳과 국내 총판 계약을 체결하고 필리핀 마닐라 사무실에서 이를 중계하는 18개 사이트를 개설한 뒤 블로그 광고ㆍ문자메시지로 국내 회원 1만3000명 가량을 모집했다.
세계 각지에서 박 씨 일당이 운영한 불법 도박사이트 관련 사무실과 운영조직도. [사진제공=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
박 씨 등은 말레이시아에 콜센터를 두고 중국인 전용 불법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이들은 각종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맞추면 미리 정해진 배당률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최근까지 도박 중계 사이트를 운영하여 1조3000억원을 입금 받아 총 2900억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실제 판돈 규모는 연간 1조원 이상이었고 4년간 판돈을 합하면 4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총책 박 씨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도박 사이트가 디도스 공격으로 다운되자 중국 해커를 고용해 경쟁 사이트에 대한 해킹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거나 회원 모집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유흥 업소 소개ㆍ펜션 사이트 등을 해킹해 개인정보를 빼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8월께부터 이들은 도박 사이트 중계에서 나아가 직접 300억원을 투자해 도박사이트 운영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들은 도박 사이트 중계와 운영으로 얻은 수익을 이용해 카지노, 부동산, 외식, 패션, 레저 사업 등 15개 업종에 720억원 가량을 투자한 사실도 확인됐다.
박 씨 일당은 도박사이트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경찰이 확인한 일당의 대여금고 속 현금과 귀금속들. [사진제공=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
또 박 씨 등은 도박 사이트 운영을 통해 1억7000만원이 넘는 TV와 9500만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소유하는 등 초호화 생활을 영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수익이 은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현재까지 일당으로부터 152억원을 환수했다”며 “해외 체류 중인 12명은 인터폴 수사, 여권 제재 조치 등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국내로 강제 송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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