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살아있는 세포로 만든 로봇생체모방 기술 영역의 진화
뉴스종합| 2016-07-14 11:10
이번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지의 표지는 살아 있는 세포로 만든 가오리 로봇이 장식했다. 금으로 뼈대를 구성하고 뼈대에 쥐의 심장 세포를 배양해 근육조직을 만든 바이오 로봇이다. 이 로봇은 전기 동력이 필요 없다. 빛에 반응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빛 자극을 주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이렇듯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얻고 자연을 모방하는 과정이 ‘생체모방’이다.

38억 년을 지구에서 살았으니 자연의 설계도는 완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자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모방하면 최상의 ‘지속 가능한’ 기술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생체모방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주장이다. ‘생체모방’이라는 용어를 처음 선보인 재닌 베이어스 박사는 “자연은 우리가 찾고 있는 해답을 이미 다 갖고 있다”며 “자연은 우리의 스승”이라고 말했다.

21세기에 들어서자 자연에서 배운 아이디어로 만든 로봇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연구진들은 어디에나 몸을 붙이는 ‘게코 도마뱀’ 발바닥을 비롯해 자기 몸무게의 50배를 드는 개미, 물 위에서 떠다니며 살 수 있는 소금쟁이, 표면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연잎 등의 구조와 형태를 모방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크고 복잡한 설비 없이도 인간이 만든 합성물질보다 뛰어난 물질이 만들어졌다.



사이언스지 표지에 실린 ‘사이보그 가오리 로봇’

초창기 생체모방 기술 연구는 생물의 구조를 단순히 모사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수 년 사이 생체모방 기술은 세포를 이용해 신체 부위를 만들어 손상된 부위를 대체하는 연구로 발전되고 있다. 바이오 재료에 세포만 주입해도 맞춤형 인체 조직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이 등장한 덕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 오스카 아즈만 교수는 뇌에서 명령하는 대로 움직이는 인공 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당시 그는 “환자의 피부의 센서가 뇌에서 보내는 신호를 잡아낸 뒤, 이를 팔에 이식한 인공 손에 전달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인 과학자 박성진 미국 하버드대 위스생물공학연구소 연구팀은 서강대, 미국 스탠퍼드대와 공동으로 청색광(光) 자극만으로도 근육을 조종할 수 있는 가오리 로봇을 개발했다. 생물의 세포 조직으로 만든 대부분의 바이오 로봇은 전기 동력 없이 구동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를 극복한 최초의 로봇인 것이다. 이로써 생체모방 기술 영역은 또 한번 확대됐다.

박 연구원은 “가오리 로봇은 향후 인공심장과 인공생명체 등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특히 뇌시스템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브레인칩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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