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서울 온 ‘위키드’…아이비는 예뻤다
라이프| 2016-07-14 10:07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12년째 미국 브로드웨이 흥행 1위, 전세계 4900만 관객 동원, 전세계 매출 총 40억달러….

뮤지컬 ‘위키드’(12일~8월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수식하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3회 프로덕션으로 누적 관람객 60만명을 돌파했다.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잘 나가는 공연”이라는 평가는 한국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5월 대구 공연을 마치고 7주간 서울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위키드’는 이른 오후 공연시간에도 객석이 꽉 들어찼다. ‘8세 이상 관람가’를 내 건 이 공연에는 자녀 손을 잡고 온 학부모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뮤지컬 ‘위키드’ 한 장면에서 아이비(글린다 역ㆍ앞줄 왼쪽)와 박혜나(엘파바 역). [사진제공=클립서비스]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를 주인공 도로시가 아닌 마녀들의 이야기로 바꿔 놓은 게 ‘위키드’다. 초록마녀 ‘엘파바’(차지연, 박혜나)와 하얀마녀 ‘글린다’(정선아, 아이비), 두 마녀 이야기가 중심 축이 된 뮤지컬 ‘위키드’는 다양한 국가, 폭넓은 연령대에서 두루 사랑받을 만한 작품이다. 총 40억원에 달한다는 350여벌의 의상과 함께 화려한 무대장치 등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뮤지컬 넘버 역시 팝적인 요소들로 채워졌다. 장난스럽고 아기자기하다가도 파워풀하다. 특히 하얀 마녀 글린다의 매력을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파퓰러(Popular)’는 명곡으로 꼽힌다.

올해 공연에서 최고의 미덕은 글린다 역을 맡은 아이비의 ‘재발견’이 될 듯 싶다. 글린다는 초록색 피부를 갖고 태어난 엘파바의 친구이자 금발의 하얀마녀다. 아이비는 순수함과 백치미 사이를 오가는 금발미녀 캐릭터를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다는 듯 보여준다. 이전 작품인 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 하트 캐릭터를 또 다른 버전으로 발전시킨 모습이다.

발성도 달라졌다. 대중가수에서 뮤지컬배우로 ‘전업’에 가까운 변신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간 얼마나 스스로를 단련했을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은 뮤지컬이지만, 이야기 전개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어쩌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일 수도 있다.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가 ‘비호감 농장처녀’로 이름만 등장하고,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사자 캐릭터가 극의 주변부에서 스쳐간다. ‘오즈의 마법사’가 액자였다면 ‘위키드’는 액자 밖의 이야기인 셈이다. 원작을 모르면 그 연결고리를 찾는 게 쉽지 않다. 특히 동화를 이해하기에 이미 너무 어른이 되어버렸다면 말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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