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19년간 강제 노역에 시달렸던 지적장애인 고모(47) 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19일 피해자 고 씨를 상대로 부당 노동 행위와 가혹 행위 등 피해 조사를 다시 벌이기로 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청주청원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불안 증세를 보이던 고씨의 심리 상태가 많이 호전돼 오늘 고 씨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안 증세와 대인 기피 증세를 보이는 고 씨가 편안한 상태에서 자유롭게 자신이 겪었던 피해를 진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날 경찰 조사는 친인척과 사회복지사, 전문가 등이 입회한 상태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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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고모(47ㆍ왼쪽) 씨가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의 고향 집에서 19년 만에 상봉한 어머니 김모(77) 씨와 서로 부둥켜안고 있다. 고 씨는 1997년 길을 잃고 행방불명돼 고향 인근인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축사에서 강제 노역해 온 것이 최근 밝혀져 충격을 줬다. [사진=헤럴드경제DB] |
고씨에 대한 피해자 조사는 나흘 만에 다시 이뤄지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15일에도 2시간 가량 고 씨를 상대로 첫 조사를 벌였지만 낯선 환경에 불안해 하고, 대인 기피증을 보이며 경찰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조사에서 고 씨는 ‘(농장에서)맞았다’거나 ‘소똥을 치우는 농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진술을 했지만, 구체적인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고 씨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이날 재조사를 그가 머무는 자택에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편안한 환경에서 조사가 이뤄지면 첫 번째 조사 때보다 자연스럽게 진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혹 행위를 당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충남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던 고 씨가 19년 전 실종된 뒤 청주시 오창읍 김모(68) 씨 농장에 오게 된 과정이 석연치 않은 점에 대해서도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고 씨의 피해 조사가 끝나는 대로 그를 강제 노역시킨 농장주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해 입건할 방침이다.
고 씨는 19년 전인 1997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손에 이끌려 김씨의 농장에 와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 마리를 관리하는 강제 노역을 했다. 그는 지난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왔다가 경찰에 발견돼 어머니(77), 누나(51)와 지난 14일 극적으로 상봉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