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조용한 도서관을 벗어나 일부러 카페에 자리를 잡는 것은 비단 취향의 문제가 아닌 실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시끄러운 공간에서 집중이 더 잘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설명하는 열쇠 역시 백색소음이다.
시끄러운 공간에서 집중이 잘 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열쇠는 ‘백색소음’이다[사진출처=123RF] |
백색소음은 백색광에서 비롯된 용어다. 빛의 합이 결국은 백색광이 되는 것처럼,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의 합은 곧 넓은 음폭의 백색소음이 된다. 말하자면 소음들이 모인 소음이다. 백색소음은 대게 우리 주변의 자연 생활환경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리들이다. 비 내리는 소리, 시냇물 소리, 바람 소리, 파도 소리도 모두 소음이지만 소음이 아닌 백색소음이다.
백색소음은 ‘약이 되는 소리’다.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들었던 음들이기에 심신의 안정을 준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피실험자에게 백색음을 들려주고 뇌파를 측정했더니 알파파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색소음으로 집중력과 안정도가 올라간 것이다. 사무실에서 백색소음을 들려 줬더니 불필요한 잡담과 신체 움직임이 줄거나 백색소음을 듣고 공부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약 30%가량 증가한 사례도 있다.
카페도 이의 연장선이다. 다소 시끄러울 수는 있지만 익숙하게 듣는 소음이기에 오히려 적막함보다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더군다나 소리는 있되 의미는 없어 자기가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비행기의 사례도 비슷하다. 기내에서 들을 수 있는 바람소리는 백색소음의 일종이다. 비행기가 내는 소음이 가진 파형에 맞는 반대파형을 흘려줌으로써 귀를 멍하게 만드는 비행기 소음을 상쇄시키는 것이다. 덕분에 승객들은 기내에서 발생하는 코 고는 소리, 움직이는 소리, 먹는 소리 같은 소음을 의식하지 못한 채 비행할 수 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