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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옥시ㆍ이케아ㆍVW…‘호갱논란’ 글로벌 기업 주인 자산은?
뉴스종합| 2016-07-30 09:04
-‘서랍장 리콜’ 국내 고객 차별대우 이케아 창업주 ‘캄프라드’ 자산 4조원
-가습기 살균제 주범 옥시 ‘라이만家’ 21조ㆍVW ‘포르쉐-피에히家’ 56조…
-‘호갱논란’ 글로벌 기업 오너, 막대한 부 거머쥔 억만장자ㆍ재벌가문 후세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한국 고객을 홀대하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소비자를 지칭하는 신조어)’ 논란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기업들이다.

가습기 살균제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의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RB)’부터 서랍장 늑장 리콜조치로 빈축을 산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조작)’로 고객을 기만한 독일 폭스바겐(Volkswagen), 주행 중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한 BMW, 연비과장 판정을 받은 재규어 랜드로버(Jaguar Landrover)까지 세계적인 기업들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오너들은 누구일까. 세계적인 기업인 만큼 억만장자 자산가는 기본이고 내로라한 유럽 재벌가문들도 일부 포함됐다.

세계 최대 가구 브랜드 '이케아' 창업주 잉그바르 캄프라드

▶서랍장 리콜 ’이케아‘ 캄프라드=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는 지난달 북미지역에서 최소 6명의 어린이 사망사고를 초래한 말름(MALM) 서랍장에 대해 리콜(판매중단 및 회수)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늑장대응으로 일관해 뭇매를 맞았다.

앞서 이케아의 한국법인 이케아코리아는 “국내에서는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콜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판매를 지속했다. 문제의 가구는 국내에서도 최대 600만개가 팔려나갔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여론이 악화하고 정부기관이 대책마련을 촉구하자 이케아코리아는 입장을 바꿔 뒤늦게 제품 환불 및 수거에 나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중국과 국내 소비자를 차별대우해 논란이 일었다. 

이케아 중국법인은 지난 14일 리콜을 결정하고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서랍장을 무료로 방문 수거한 반면, 한국법인은 고객에게 매장(광명점)으로 찾아와 수거하도록 권유했다. 결국 이케아코리아는 지난 27일 홈페이지 화면에 ‘매장에 제품을 가져올 수 없는 고객에게 이케아가 직접 방문해 수거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고정이 되지 않는 서랍장 사고로 북미지역에서 최소 6명의 아이들이 사망한 문제의 서랍장 영상 캡처

이케아는 스웨덴 출신 잉그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ㆍ90)가 창업한 세계 최대 가구 브랜드다. 캄프라드의 이름 첫 글자 I와 K에서 따온 이케아는 1943년 설립됐다. 초기에는 연필, 엽서 등 우편주문 비즈니스 물건을 판매했지만 1950년대 가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캄프라드는 파란색 창고형 매장과 플랫 팩(Flat Packㆍ납작한 상자에 부품을 담아 팔고 이를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가구)를 앞세워 스칸디나비아, 유럽, 미국까지 영토를 확장해 ‘가구 왕국’을 건설했다. 2014년 12월에는 한국에도 진출했다. 

이케아가 발행하는 상품 카탈로그는 유럽에서 성경책보다 더 많이 읽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판매부수가 약 2억권에 달한다. 

자수성가형 억만장자 캄프라드는 ‘구두쇠 경영자’로 불린다. 캄프라드의 순자산은 34억달러(3조8800억원ㆍ2015년 기준)로 평가되지만,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스웨덴에 소득세를 내 화제가 됐다. 캄프라드는 1973년 스웨덴이 부유세를 신설하자 이에 반대하며 스위스로 떠났다. 최근 스웨덴의 우파 정부가 부유세를 폐지하고 소득세와 복지비용을 줄이자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소득세를 낸 것이다. 그동안에는 스위스에 세금을 내왔다.

캄프라드는 세계적인 ‘가구공룡’의 창업자이자 회장이면서도 비행기는 이코노미석만 타고, 자가용은 20년 넘는 스웨덴산 구식 볼보만을 고집한다. 평상시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심지어 연금수급자 증명서를 들고다니면서 경로할인까지 받아낸다. 그는 “이케아에서 낭비는 죄악”이라며 “우리에게 고급차나 화려한 타이틀은 필요치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샤프달 대표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옥시레킷벤키저 본사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옥시 현장조사에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레킷벤키저’ 라이만家=국내 고객의 요구를 묵살한 글로벌 기업으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의 주범인 옥시의 영국 본사 ‘레킷 벤키저(RB)’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망자 146명(정부확인) 중 103명에게 책임이 있는 최대 가해업체 레킷벤키저그룹은 지난 5년간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진상조사와 진정성있는 사과를 요구했지만 지속적으로 무시해왔다. 그러다 지난 5월 뒤늦게 사과했지만 진정성 없는 사과와 이후 조사에서도 불성실로 일관해 국민적 공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옥시의 전ㆍ현직 임직원 5명은 검찰의 서면조사에서 “한국어를 못한다. 기억이 안난다. 전임자가 했다” 등 무책임한 답변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레킷벤키저의 실질적인 오너는 독일의 재벌가문 라이만(Reimann) 가(家)다. 라이만 가는 레킷벤키저 외에도 ‘지미추’ 구두, 오레오 쿠키로 유명한 ‘몬델레즈’, 콘돔 브랜드 ‘듀렉스’, 패션브랜드 ‘캘빈클라인’ 향수, 화장품제조사 ‘코티’, 커피체인 ‘피츠 커피앤티’, 도너츠업체 ‘크리스피 크림’ 등 다수의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를 보유한 생활 소비재 분야 세계 최강자다. 라이만 가는 룩셈부르크 소재 거대 투자사 JAB홀딩스(Joh. A. Benckiser Holdings)의 지분 95% 소유하며 이들 기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라이만 가문이 보유한 세계적 소비재 브랜드들

라이만 가문은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부자 집안으로 꼽힌다. 가족 일원들은 각종 시장조사기관의 부호 순위에는 등장하지만, 사업 일선에서 활약상은 찾아볼 수 없다. 얼굴도 공개되지 않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라이만 가문 가족 구성원 5명 모두 입양아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양아버지였던 가문의 두번째 승계자 알버트 라이만(Albert Reimann)이 입양한 9명의 자식 중 5인이다. 라이만 가문의 총 자산은 약 190억달러(21조3275억원)로 추산된다.

라이만 가는 독특한 경영철학도 가지고 있다. 자손들에 회사 주식을 물려주는 대신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은 ‘18살이 되면 공적인 일에 가능한 관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야 한다. 현재 JAB홀딩스는 페터 하프, 바트 베흐트, 올리비어 고뎃 3명의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폭스바겐 전(前)회장 페르디난트 피에히(왼쪽ㆍ창업주의 외손자)와 포르쉐SE 회장 볼프강 포르쉐(창업주의 친손자).

▶디젤파문 ’폭스바겐’ 포르쉐-피에히家=지난해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조작)’라는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폭스바겐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147억달러(16조4000억원)를 배상하기로 했지만, 국내 배상책임은 외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대적 할인정책으로 배짱영업까지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기에 환경부의 리콜명령에도 두 줄짜리 무성의한 리콜계획서를 제출했다. 환경부는 부실한 리콜계획서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고 요하네스 타머 사장을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독일의 폭스바겐그룹은 포르쉐와 피에히 두 가문이 이끌고 있다. 히틀러의 요구로 ‘비틀(Beatle)’을 제작한 오스트리아 출신 자동차공학박사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후손들이다. 두 가문은 공동투자로 ‘포르쉐SE’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폭스바겐그룹 의결권 50.73%를 쥐고 있다. 포르쉐와 피에히 가문의 자산은 448억유로(55조8750억원ㆍ2014년 현재)로 추산된다.

BMW 안주인이었던 고(故) 요한나 크반트

▶화재 속출 ‘BMW’ 크반트家=국내 수입차 판매 1위인 BMW는 차량 화재사건으로 논란이 됐다. 달리는 차나 갓길에 정차된 차에서 원인불명의 불이 나는 사건이 수차례 반복됐다.

진상규명 요구가 이어지자 BMW코리아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독일 본사 화재 감식팀, BMW코리아 기술팀을 주축으로 조사를 벌였다. BMW코리아 측은 “상당수 피해제품이 완전 전소돼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원인불명으로 밝혀진 사례들 중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정기적인 관리와 정비를 받은 소비자에게는 모두 보상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사례는 외부 수리업체에서 불량 부품 사용과 개조로 인한 화재 발생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BMW의 오너는 지분 46.7%를 보유한 독일의 크반트 가문이다. 지난해 8월 안주인 요한나 크반트가 사망했지만 그의 지분이 아들과 딸인 스테판ㆍ주자네에 같은 비율로 상속되면서 전체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됐다. 요한나의 아들 슈테판과 주자네의 자산 총합은 359억달러(40조3000억원)에 이른다.

요한나는 1959년 BMW를 파산에서 구해낸 헤르베르트 크반트의 비서이자 세번째 부인이었다. 요한나를 중심으로 한 크반트 가문은 경영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회사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일례로 1990년대 영국 자동차 회사 로버 인수로 70억유로(9조3069억원) 손실을 입자, 13억5000만달러(1조5882억원)에 인수한 로버를 2000년 피닉스 컨소시엄에 단돈 10파운드(1만8000원)에 매각하는 통큰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요한나는 BMW를 가족간 경영권 분쟁 없이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여겨진다.

BMW 차량에서 불이 나 진화하는 모습

한편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국토부는 “재규어 XF 2.2D 차량의 연비를 측정한 결과 제작사가 신고한 연비보다 7.2% 부족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국토부의 판정 결과를 수용하며 소유주에게 최대 7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며 발빠르게 대응했다. 재규어랜드로버 관계자는 “정확하고 효과적인 보상 실시를 위해 재규어랜드로버 공식 딜러를 통해 해당 차량 소유주에게 직접 개별 연락을 취해 모든 고객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자존심이었던 재규어 랜드로버의 실제 주인은 인도의 타타그룹이다. ‘인수합병의 귀재’ 라탄 타타(Ratan Tata) 명예회장은 지난 2008년에는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23억달러(2조6000억원)에 사들였다. 타타 회장의 자산은 10억달러(1조1245억원)로 평가된다. 

재규어 랜드로버를 소유한 인도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왼쪽) 명예회장이 보급형 소형차 '나노' 앞에 서 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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