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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몰래 혼인신고’ 허술함 손본다
뉴스종합| 2016-08-04 18:07
-大法, ‘혼인신고제 개선’ 연구 착수
-2014년 혼인무효ㆍ취소소송 1145건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1. 송모 씨는 올해 5월 구청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자신의 가족관계등록 기재사항이 변경됐다는 내용이었다. 알고보니 여자친구 박모 씨가 송 씨의 신분증과 도장을 훔쳐 몰래 혼인신고를 한 것이다. 송 씨는 즉시 인천가정법원에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두달 만인 지난 달 22일 송 씨는 법원으로부터 혼인무효 판결을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2. 김모 씨는 지난 해 2년간 교제해온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나 여자친구 서모 씨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윽고 서 씨는 김 씨의 신분증과 도장을 빼내 곧장 구청에 혼인신고를 했다. 서 씨는 사전에 김 씨 휴대전화에서 알아낸 김 씨 친구들의 연락처로 전화로 걸어 그들의 주민번호와 주소를 물었다. 그리고 혼인신고서 증인란에 김 씨 친구 두 명의 인적사항을 그대로 적어냈다. 자신도 모르게 기혼자가 된 김 씨는 뒤늦게 법원에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항소심까지 간 끝에 김 씨는 겨우 혼인무효를 인정받았다.

이처럼 당사자도 모르게 ‘몰래 혼인신고’가 쉽게 이뤄지면서 그동안 혼인신고제도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법원은 최근 혼인신고제도의 개선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작업에 나섰다.

대법원 사법등기국은 지난 달 27일 ‘혼인신고제도의 개선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법원은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해 혼인신고를 하는 등 허위 혼인신고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혼인신고를 할 때 본인이 불출석하면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이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담당공무원이 사실상 혼인신고서의 기재사항과 관련서류를 구비했는지 여부만 확인하고 수리해주면서 허위 혼인신고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피해자들로선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때문에 관련 법적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민법 815조 1항은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경우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전국 1심 법원에 접수된 ‘혼인무효ㆍ취소소송’은 1145건으로 집계됐다. 2005년 939건의 혼인무효ㆍ취소소송이 제기됐던 것에 비하면 10년 만에 22%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전국 법원에서 판결한 혼인무효 사건을 보면 연인으로부터 이별통보를 받고 홧김에 혼인신고를 하거나 짝사랑하는 상대 혹은 재산 상속을 노리고 정신이 온전치 않은 재력가와 혼인한 것처럼 신고했다가 무효소송으로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대 국회에서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혼인신고 시 당사자 쌍방이 직접 출석하도록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의 편의를 위해 혼인신고를 간편하게 한 당초 법의 취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법원 사법등기국 관계자는 “허위 신고 문제도 지적됐지만 혼인신고를 간소화하자는 요구도 있다”며 “어느 쪽에 주안점을 둘지 검토하기 위해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결과 개정 필요성이 있으면 법무부와 협의해서 개정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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