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세상읽기-장용동 대기자] 전세대란 진정, 선제적 주택정책 전환 기회
뉴스종합| 2016-08-05 11:16
눈 씻고 찾아도 보기 힘들던 전세 매물이 넉넉해지고 전세보증금이 내린 곳도 자주 눈에 띈다. 후끈 달아올랐던 서울 잠실권이나 서초권 등 주요 지역 아파트 전세보증금은 올 초에 비해 최고 6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일부 수도권에서도 전세 매물을 고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난제였던 전세대란이 8년만에 진정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과열 전세시장의 기(氣)가 꺾이고 있음은 여러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2월 이후 한번도 내려간 적이 없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 비율이 7월 들어 처음으로 0.3% 포인트 떨어진 74.8%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도 올 상반기 전국 전세금 상승률은 0.7%로 지난해 하반기 2.2%의 30%수준을 밑돈 것으로 분석했다.

전세대란의 진정세는 아파트 준공이 잇따르면서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연말까지 위례를 비롯해 하남 미사 등지에서 추가로 2만 가구가 입주하면 송파 등 주변지역은 오히려 역전세난을 걱정해야할 판이 됐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연평균 36만 가구가 준공된다. 지난 5년간 평균 입주물량 22만가구의 50% 이상 넘어서는 규모다. 전세시장 뿐 아니라 매매와 월세분야 역시 과잉공급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저성장, 고령화, 미혼 증가 등에 따른 가구 수 감소로 유효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주택시장은 2~3년 내 또 한번 일시적 고비를 맞을 공산이 크다.

전세금 상승 추세가 꺾인 의미는 자못 크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패러다임 변화를 예측 못해 발생한 주택정책의 궤도를 수정할 기회라는 점이 그렇다.

예컨대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는 주택시장의 변화에대한 정책 대응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공급부족 우려 등의 요인때문에 쉽사리 개선하지 못했던 선분양제도를 과감히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개포지구 등에서 제기된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 논란 등을 잠재울 수 있고, 투기적 수요 배제와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측면에서 후분양제는 실보다 득이 많다. 

아울러 임대주택 정책을 좀 더 촘촘히 짜서 실효성을 높일 기회이기도 하다. 향후 전셋집이 풍부해진다면 모처럼 성공정책으로 평가되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공급과 임대관리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보다 적확한 맞춤형 공급을 유도하되 임대료를 낮출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게 우선이다. 주거서비스 인증제도 역시 긍정적이나 경쟁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과잉 서비스로 인한 주거비 상승이 불가피해진다. 임대료 제한 규정을 피해가는 변칙 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다. 때문에 주거서비스 평가인증은 임대료와 관리비 절감, 시설 및 운용절감방안에 맞추어져야 한다.

모처럼 활성화되고 있는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역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커뮤니티를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과도한 개발을 막고 유효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주자 중심의 사업이 이뤄질 때 도시는 활력을 찾는다.

주택정책은 미래지향적 비전을 가지고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국과 업계는 지금이 주택시장의 선진화의 분수령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용동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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