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폐지·육아비 전액공제 등
중산층 잡기 경제공약 재시동
힐러리 “부자만을 위한 정책”비판
잇단 막말로 사면초가에 놓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상속세 폐지와 육아비 전액 소득공제 등을 골자로 한 강도 높은 감세 카드를 꺼냈다. 자신의 표밭으로 여겨지는 백인층 중산층의 미국을 위해 세금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부유세’를 골자로 한 증세카드를 내놓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세금으로 정면대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미국 대선은 또 다시 해묵은 증세냐 감세냐의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상속세 폐지…트럼프, 중산층 위해 세금 내리겠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레이건 행정부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세제 혁명”이라며 자신의 감세 계획을 밝혔다. 납세 대상을 고려할 때 그의 정책은 ‘부자 감세’로 대변된다. 트럼프는 특히 “세금 인상에만 줄곧 투표해 왔던 힐러리 클린턴은 또 1조3000억 달러짜리 세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없애고, 세금을 올리고, 빈곤을 유발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의 정책과 비교했을 때 밤과 낮만큼의 차이가 나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그는 당선되면 상속세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노동자들은 평생 세금을 내 왔는데 사망한 다음까지 다시 과세해서는 안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법인세 감축 계획과 소득세 간소화 방안도 밝혔다. 트럼프는 현재 최고 35%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고, 현행 7단계인 소득세율은 12%와 25%, 33%의 3단계로 조정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현행 39.6%인 최상위층 소득세도 33%로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소득세율은 기존 제시안인 10%, 20%, 25%에 비해서는 소폭 상승했지만 법인세율은 공화당 주도 미 하원에서 제시한 20%보다 더 낮아졌다.
보육비 부담도 대폭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육아와 관련된 모든 비용을 소득공제 대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를 갖는 것이 경제적인 불이익이 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향후 몇 주 뒤 이방카와 훌륭한 전문가들이 만들고 있는 육아 관련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계획도 천명했다. 트럼프는 “과도한 규제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2조달러에 이른다”며 “집무를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행정부에서 새로 만든 규제를 한시적으로 정지시키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같은 경제정책으로의 회귀는 기업가 이력과, 그의 경제 문제 해결 능력이 힐러리보다 나을 것으로 보는 여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폭스뉴스가 지난 5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은 지지후보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경제와 일자리’를 꼽은 가운데, 경제 분야를 놓고 대통령직을 더 잘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 53%가 트럼프라고 답했다.
▶“트럼프 감세정책은 더 모호하다”…쏟아지는 비판론= 트럼프가 중산층을 위해 상속세 폐지 등의 감세안을 들고 나왔지만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은 오히려 정반대다. 미국 텍스애널리스트스의 수석 경제학자인 마틴 설리반은 이와 관련 “실제로는 예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중산층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의 세금정책이 이전 트럼프가 내놓았던 다른 정책보다 더 엉성하고, 모호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美 대선, 이젠 세금 결투= 트럼프의 감세카드에 힐러리는 “1%의 부자와 특권층만을 위한 조치”라며 비판에 나섰다. 이에 따라 미 대선은 세금 결투로 번지는 양상이다.
힐러리는 당장 이날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즈버그에서 한 유세에서 “오래되고 진부한 아이디어를 새로운 것처럼 들리게 하려고 애쓰지만, 트럼프의 세금 공약은 결국 대기업, 그리고 트럼프 본인과 같은 거부들, 그 연설문을 쓴 당사자들(트럼프 경제팀)에게 거대한 세금혜택을 주는 것뿐“이라고 일갈하며 “상위 1%만 돕는 경제 구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가 강연회를 가진 디트로이트에서 11일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연설을 할 예정이다. 디트로이트는 올해 대선의 최대승부처로 떠오른 ‘러스트벨트’의 상징과 같은 곳으로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ㆍ중산층이 많아 경제이슈에 민감하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