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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으로 즐기는 유럽철도여행
뉴스| 2016-08-09 15:30
[헤럴드분당판교=황정섭 기자]보드게임사 행복한바오밥(대표 이근정)은 9일부터 '티켓 투 라이드' 한국어판을 발매한다. 티켓투라이드는 북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철도건설 게임으로, 지난 2004년 첫 출시와 함께 다이브다이스에서도 그해 한국어판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절판됐다. 행복한바오밥 관계자는 "이번 한국어판은 규칙서뿐 아니라 보드의 지명 및 카드를 한글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티켓투라이드는 미국인의 서부개척 상징인 철도를 주제로 해 특히 미국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이다.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세계 최고 보드게임 커뮤니티인 '보드게임긱' 순위에서 종합 99위, 가족게임 10위를 차지할 만큼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이듬해인 2005년에 출시된 '티켓 투 라이드 유럽'은 더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오리지널에 없는 '페리'와 '터널' 등과 '기차역'을 추가해 전략적 요소를 높였기 때문이다. 보드게임긱 순위에서도 현재 종합 75위, 가족게임 6위를 기록해 오리지널에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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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철도건설 보드게임 3종. 왼쪽 위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트랜스 유로파, 티켓투라이드 유럽, 파워그리드 디럭스.


티켓투라이드를 비롯한 철도건설 보드게임 대부분은 미국이나 북미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확대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트랜스 아메리카(2001년)'의 유럽판 '트랜스 유로파(2005년)'와 '파워그리드(2004년)'의 10주년 기념판 '파워그리드 디럭스(2014년)'도 이러한 추세를 따랐다.(파워그리드의 경우 정확하게는 오리지널 독일/미국 보드에서 디럭스 유럽/북미 보드로 확장됐다.)

이들 유럽판 철도건설 보드게임은 주요 기차역 이름과 노선이 잘 표현되어 있다. 물론 트랜스 유로파는 철도 형태를 동일 크기의 세모꼴로 촘촘히 형상화해 실제 철도노선과는 차이가 있으나, 티켓투라이드 유럽과 파워그리드 디럭스는 실제 노선을 반영했다. 보드게임을 즐기면서 유럽열차 여행의 큰 줄기와 주요 역과의 이동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

영화 주인공의 이동루트를 찾아가는 소소한 기쁨도 느낄 수 있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1995년)'의 첫 장면은 유럽철도 객실 안이다. 프랑스인 셀린과 미국인 제시는 열차를 타고 각각 파리와 비엔나로 가는 길이다. 두 사람의 대화에 따르면 셀린은 부다페스트에서, 제시는 마드리드에서 출발했다. 그럼 이들이 썸을 타고 있는 열차의 바깥 풍경은 어디쯤일까. 유럽철도 지도를 보면, 부다페스트역과 비엔나역 사이의 2시간 45분이 소요되는 구간밖에 없다. 이들 2개 역과 구간은 3 게임 모두 표시되어 있다. 보드게임을 하면서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3 게임의 주제와 목표는 철도건설을 통한 승점 획득이나 이동이다. 난이도는 트렌스 유로파, 티켓투라이드 유럽, 파워그리드 디럭스 순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중간 수준인 티켓라이드 유럽도 보드게임 입문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비교적 쉬운 룰을 갖고 있다. 파워그리드 디럭스도 타 보드게임 경험자에게는 그리 난해한 수준이 아니다.

문제는 언어적 제약이다. 3 게임은 모두 정식 한국어판이 없어 수입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규칙서(룰 북)의 영어는 평이해서 번역이 어렵지 않으나, 아무래도 불편이 뒤따른다. 다만, 일부 보드게임몰에서 주문할 때 한글 규칙서를 동봉하거나 파일로 올려놓은 경우가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좋다. 티켓투라이드 유럽의 경우 오리지널이 한국어판으로 발매되었으므로 이를 일부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드나 카드의 영어는 지명이 대부분이므로 큰 문제가 없다.

유럽열차 여행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10일 전후의 시간적 여유, 항공료와 숙박비 등 높은 여행경비, IS 또는 추종세력의 테러 가능성 등이 유럽행을 주저하게 만든다. 당장 실행이 어렵다면 철도 보드게임을 통해 유럽의 주요 역과 철로가 이쁘게 그려진 게임보드를 감상하면서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기억을 떠올린다면 어떨까.

js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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