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들의 춤(최수철 지음, 문학과지성사)=2015년 겨울에 걸쳐 발표한 중편소설 3편을 묶은 연작소설집. 한국 역사상 가장 깊고 오랜 상흔으로 기록된 한국전쟁, 그 안에서도 또 하나의 전쟁을 치러야 했던 거제 포로 수용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연작은 피로 얼룩진 50년대 포로수용소 광장에서 70,80년대 대학가 시위 현장으로, 다시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에 붉은 악마로 넘쳐났던 시청앞 광장까지 한국현대사를 종횡무진 오간다. 시간상으로 첫 작품인 ‘거제, 포로들의 춤’는 혹독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작가인 화자가 3년전 우연한 기회에 오랜 프랑스인 친구를 통해 비숍의 한 장의 사진을 처음 접하면서 시작한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베르티에와 후배 한수영과 자주 만남을 이어오다 언제부턴가 그들로부터 돌연 소식이 끊긴다. 둘이 중국에서 자동차 사고로 동반사했다는 얘기를 듣게 되고 나를 포함한 셋이 하나의 공통된 역사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말하지 않는 세계사(최성락 지음, 페이퍼로드)=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한반도의 전세를 뒤집었지만 중공군의 참전가능성을 무시해 다시 밀린 일화는 유명하다. 맥아더는 태평양전쟁의 승리의 상징처럼 거론된다. 그런데 정작 태평양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인공은 해군 사령관 체스터 니미츠로, 섬에서 섬으로 이동하는 그의 ‘아일랜드 호핑’ 전략이 주효한 결과라는 사실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이 책은 통용되는 역사적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리스문명이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만리장성이 외적을 단 한 번도 막아내지 못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저자는 가공된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을 오가며 역사적 퍼즐을 끼워 맞춰간다. 특히 진실을 밝히는데 그가 중시하는 건 당시의 기후. 예를 들어 프랑스혁명 일 년 전, 프랑스에는 대흉년이 있었다. 재정적자, 귀족의 횡포, 시민계급의 성장이 혁명 발발의 전부는 아니란 얘기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