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질병관리본부와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 담당자들이 해당 실험 직전 주고받은 메일을 입수,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17일 밝혔다. 정 의원에 따르면 흡입독성 실험은 가습기 살균제가 분사될 때 발생하는 ‘나노입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실험실 내부에 주입, 실험용 쥐의 기관 손상 상태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이때 화학물질별 독성 발현 여부는 실험실 내부에 주입되는 가습기 살균제의 농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정 의원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당시 실험실 내부에 주입된 가습기 살균제의 농도가 CMITㆍMIT 성분의 독성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다는 점이다. CMITㆍMIT의 무독성량(실험동물을 대상으로 독성시험을 실시했을 때 어떤 경우에도 유해한 영향이 발견되지 않는 최대 용량)은 0.34㎍/ℓ다. 그러나 흡입독성 실험에 사용된 가습기 살균제의 농도는 단 1.80㎍/ℓ로, CMITㆍMIT를 0.16㎍/ℓ 밖에 함유하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CMITㆍMIT의 독성이 발현될 수 없는 실험 구조다.
그 결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만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됐고, 당시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사 또한 PHMG 성분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ㆍ판매사에 집중됐다. CMITㆍMIT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 원료 및 완제품(가습기메이트, 위 실험에 사용된 제품과 동일)을 제조ㆍ판매한 SK케미칼ㆍ애경ㆍ이마트가 정부의 수사망에서 한 걸음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는 최근 “(CMITㆍMIT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SK케미칼ㆍ애경ㆍ이마트는 PHMG 성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검찰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며 SK케미칼ㆍ애경ㆍ이마트 전ㆍ현직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당시 실험을 수행했던) 안전성평가연구소가 ‘하루빨리 결론 내려야 했던 터라 다양한 농도하에 실험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인정했다”며 “질본의 실험이 CMITㆍ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에 오히려 면죄부를 주게 된 꼴이다. 질본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 CMITㆍMIT 성분에 대해 추가실험을 하겠다고 했음에도 왜 하지 않았는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2012년 영국의 세계적인 의학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CMIT·MIT는 공기를 통해 접촉해도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덴마크의 국립 알레르기 연구센터 등이 연구한 결과다. 이 결과를 근거로 연구진은 ‘기존 위험성 평가를 재평가하고, 안전한 농도 규정을 마련하거나 모든 제품에서 이 성분의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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