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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능력 하나만 봅니다”… 두산重, 업계 최초 NCS 역량평가 도입
뉴스종합| 2016-08-23 09:28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지난 19일 오후 1시30분 경남 창원에 위치한 두산중공업 본사 집무실에서는 고졸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 절차가 진행됐다. 아직 고3인 앳된 얼굴의 학생들은 이날 면접에 합격할 경우 병역을 마친 뒤 대략 3년후 두산중공업에 정식 입사하게 된다.

초반 면접장 분위기는 엄숙했다. 5명의 고3 남학생들은 두산중공업 김명우 사장의 “앉아요”라는 말에 “감사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의자에 앉았다. 첫 면접인 상황이라 면접자와 학생들 모두 다소 긴장된 분위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긴장된 분위기는 누그러졌고, 면접 마지막 때엔 ‘질문이 있습니다’는 당찬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그가 물은 질문은 ‘회사 밥이 맛있는지 궁금하다’였다. 김 사장도 “이제는 여러분들이 궁금한 점을 저희들에게 물어보세요”라며 응수하기도 했다.

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오른쪽)이 고졸 신입 직원 채용을 위해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날 면접 응시생 90여명 가운데 80여명을 신입 직원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면접 질의는 실무용과 인성용으로 나뉘었다. 특수 용접 기능사와 일반 용접 기능사의 차이, 왜 용접을 직업으로 선택했나 등이 제시됐다. 리우 올림픽과 관련해 김 사장은 “한국 선수들은 왜 금메달을 못땄을 때 미안해하나. 어색하지 않던가?”라고 물었다. 권대일 군은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도 충분히 박수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원칙과 융통성 중 무엇이 중요하냐’는 질의에 대해 학생들은 “원칙이 중요하다”,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등의 답변을 내놨다.

면접 준비를 많이 했다는 점은 ‘당신의 단점을 말해보라’는 질의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복싱과 수영을 좋아한다는 김영민 군은 “긴장된 분위기에서 말을 잘 못한다. 그러나 학교 조별 프로젝트를 통해 단점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고창영군이 “걱정이 많은 것이 저의 단점”이라고 답하자 김 사장은 “요새 젊은이들은 왜이렇게 걱정들이 많으냐”고 말해 참석자 모두 웃을 수 있었다.

이날 진행된 면접에는 90여명이 응시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들 가운데 8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기자가 참관한 첫 면접에서는 탈락자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학생들이 빠져 나간 뒤 김 사장이 “문제 있을 것 같은 학생은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냥 다 가는 걸로 하죠”라고 말했고, 다른 임원들도 김 사장의 의견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올해 채용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고졸 신입 직원을 뽑을 때 직무 관련 능력만을 보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능력 하나만 본다”가 올해 두산중공업이 기술직 고졸 신입 직원을 채용할 때 핵심 모토다. 업무에 활용되지 않는 어학능력이나 불필요한 스펙은 아예 입력이 불가능하도록 입사지원서도 고쳐 만들었다.

기술직 고졸 채용에서 채용 대상의 직무를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분석해 역량을 평가한 점도 의미가 크다. 이는 중공업 업계 최초의 시도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중공업 비즈니스 특유의 직무별 현장환경을 고려해 직무별로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 태도를 기반으로 직무 역량에 대한 검증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인적성 검사에서도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직업기초능력 평가 점수를 도입했다.

고졸 신입 직원 채용에도 두산중공업은 적극적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1년 수도전기공고 등 마이스터고 3개교에 ‘두산반’을 만들었다. 두산반에 들어간 학생들은 고3이 되면 두산중공업 채용 전형을 실시한다. 현재까지 두산반 출신 직원들에 대한 업무 평가는 ‘매우 만족’ 수준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필요로하는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바로 취업을 하게 된다. 두산반 출신을 가장 좋게 보는 직원들은 함께 일하는 현장 선배들이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년간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해 ‘NCS 기술직 직무역량평가모범’도 만들었다. 이는 현장에서 필요한 직무 역량을 300페이지에 걸쳐 꼬박 수록한 것이다. 예컨대 특정 자세로 용접을 할 경우 유의할 사항에 대해 숙지하고 있는지, 밀폐 상황에서 작업을 할 때 지켜야 할 안전 수칙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등이 기록돼 있다. 두산중공업측은 “1년여 기간 동안 현장에 필요한 거의 모든 지적 기록을 한권에 담았다. ‘두산 공식’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직 신입 고졸 직원들이 두산중공업 입사를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두산중공업은 기술적 성장경로를 2012년 도입했다. 기존에는 없던 기술 상무 2명과 명장(마이스터)10명을 선발키로 한 것이다. 현장 직급 체계도 사무직과 같은 사원-대리-차장-부장 형식으로 바꿨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직급과 호칭체계만을 바꿨을 뿐인데도 현장에서의 만족도는 매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고졸 직원들의 대학교 학위 취득도 지원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본사가 위치한 창원 소재 창원대학교에 두산중공업학과를 지난 2014년부터 개설했다. 대학 졸업을 원하는 직원들에게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대학 문을 넓혀 준 것이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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