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롯데 정책본부 수장 공백…이인원 ‘숙제’ 남기고 떠나다
뉴스종합| 2016-08-30 09:38
[헤럴드경제=손미정ㆍ김성우 기자] 43년을 롯데에 몸 담았다. 누구나 인정하는 ‘롯데맨’의 삶을 살았다. 한 때 ‘신격호의 남자’라 불렸고, 후에 ‘신동빈의 남자’라 불리며 2대에 걸친 수장들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다. 그룹과 계열사의 경영을 살뜰하게 챙긴 그에게는 ‘살림꾼’이라는 별칭도 있었고, 혹자는 그를 롯데의 DNA를 가장 잘 이해하는 정신적 지주라고 했다. 그룹 측은 “평생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롯데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표현했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이인원 부회장의 영결식이 30일 진행됐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영결식에는 유족과 교회 관계자,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사장 등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기독교 예배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된 영결식은 오전 7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끝났다. 영결식장 밖 운구차량 앞에는 계열사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이 부회장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발인제가 엄수된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영정사진과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 부회장의 영정을 뒤따라 그룹 관계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운구를 들고 나왔다. 유족과 관계자들은 비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고, 운구차는 오전 7시 30분께 장례식장을 벗어났다. 운구차량은 약 10분 정도 떨어진 제2롯데월드타워를 한 바퀴 돈 뒤 원지동의 서울 추모공원으로 이동했다. 생전 이 부회장은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위원장을 맡으며 롯데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공원에서 화장이 진행된 후 이 부회장은 장지인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영면에 든다.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발인제가 엄수된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영정사진과 시신이 운구되고 있는 가운데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이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이 알려진 26일 이후 그룹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침통했다. 심지어 그룹은 검찰 수사ㆍ경영권 분쟁ㆍ호텔롯데 상장ㆍ면세점 재승인 등의 큰 숙제를 떠안은 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지나고 있던 터였다. 정책본부의 수장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이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공백은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에게는 충격이자 또 다른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한 그룹 관계자는 “그룹이 힘든 상황에서도 믿고 따를 수 있는 큰 어르신이 돌아가시니 황망할 따름”이라며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게 (그룹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인물 중 한 분이 떠나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신동빈 회장 역시 이 부회장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7일 오전 빈소를 찾는 신 회장은 조문 내내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였다. 영전 앞에서 묵상을 하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고 취재진의 질문에도 터져나오는 울음을 막으며 답을 하지 못했다. 신 회장은 발인 하루 전인 지난 29일 저녁 빈소를 다시 찾았다. 약 1시간 30분동안 조의를 표하고 돌아간 신 회장은 이 부회장의 죽음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빈소를 찾은 신동빈 회장은 눈물을 쏟으며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신 회장은 30일 발인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룹 내에서는 신 회장이 고인의 마지막 길에서 본인이 되려 주목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발인날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위기의 상황에서 홀연히 떠난 고(故) 이 부회장의 마지막길을 지켜본 롯데에게는 여전히 산더미 같은 숙제들이 남아있다. 그룹의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에 곧 재개될 검찰 수사부터 롯데월드타워 완공, 면세점 재승인 등 연말 안에 해결해야할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정책본부가 그룹 전체를 관장하는 핵심조직인 만큼, 컨트롤타워를 잃은 그룹 내외부에서 벌써부터 컨트롤타워 복구를 위한 조기인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핵심 인사들이 모두 검찰 조사 하에 있는 상황에서 당장 컨트롤타워를 복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본부장이 공백인 상태에서 지금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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