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녹말로 만든 우울증 치료제… ‘불량 의약품’ 앞세운 中, 세계 원료의약 시장 50% 차지
뉴스종합| 2016-08-30 10:20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해 12월 중국 의약품 관리 당국은 하이난성의 한 제약 회사를 급습해 우울증 치료제를 압수해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약은 그저 녹말 가루를 굳힌 것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시중에 판매 중인 4만 박스를 리콜하도록 했다.

중국 불량 의약품 문제의 심각성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지만, 중국 제약업계는 국제시장에서 점유율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 & 설리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원료의약품(API)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6%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중국 의약품의 해외 수출량은 560억 달러(62조6000억 원)로 전년에 비해 3% 증가했다. 5000개가 넘는다는 중국 내 제약회사들이 의약품에 있어서까지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의약품 관리 실태는 열악한 상황이어서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이 지난해 약 700여개의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의약품 허가 신청 검토에 착수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회사가 자발적으로 신청을 철회하라고 발표하자 무려 75%가 신청이 철회되거나 취소됐다. 중국의 최대 의약품 수출업체인 저장 화하이도 간질, 혈압, 우울증 치료제에 대한 신청을 철회했다.

중국 의약품의 문제는 1960년대 문화혁명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외교협회에 따르면, 당시 제약사가 급증했지만 의약품의 질을 관리할 통일된 규제당국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한국의 식약처 격인 CFDA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창립멤버이자 1대 국장인 정샤오위는 느슨한 기준으로 의약품 허가를 남발했고 심지어 뇌물을 받고 문제가 있는 의약품에 허가를 내주기도 했다. 그가 재직하던 1994~2005년 사이 승인이 난 의약품이 수만 건에 달한다.

정샤오위는 2007년 부패 혐의로 처형됐지만, 그가 부정한 방법으로 이뤄진 의약품 허가는 취소되지 않았고 시장에는 여전히 그 의약품들이 존재한다.

중국 당국 역시 자국의 의약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한다. 우 젠 CFDA 부소장은 “예전에 승인된 약들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지만 그 약들의 효험이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증명해줄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고 지난해 말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약들이 중국 외부로까지 수출돼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에는 중국에서 오염된 원료로 만든 혈액 희석제 헤파린이 미국에 수출돼 246명의 미국인이 관련 부작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도 미 FDA(식품의약국)는 몇몇 중국 제약 수출회사들이 공장에서 시험 기록을 조작한 사실을 적발했고, 올해 초에는 저장 메디슨이라는 중국 항생제 회사가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시험 결과를 숨겼다가 FDA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시스템 개혁을 하라는 압박이 커지자 CFDA는 지난해 제재 수위와 의약품 허가에 필요한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약품을 시험검사하는 중국 내 연구소와 제약업체 간의 유착으로 인해 문제가 일어났다며, 수출품의 경우 현지 의약규제당국의 관리를 받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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