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한가위 추경’ 35일 만에 또 무산…두 번 깨진 ‘협치’, 무기한 강대강 대치로
뉴스종합| 2016-08-30 10:33
[헤럴드경제=이슬기ㆍ장필수ㆍ유은수 기자]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을 위한 ‘한가위 추경’이 논의 시작 35일만에 또 국회 문턱에서 좌절됐다. 절박한 심정으로 한줄기 단비를 기다리던 경제계를 중심으로 ‘협치 파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여야는 당 연찬회,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등 예정됐던 일정을 미루고 강대강(强代强) 대치를 지속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야당이 원칙과 정도를 무너뜨리면서 당리당략에 집착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야당은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했다. 바로 약속을 깨는 것이다. 야당이 앞으로 국회에서 하는 약속, 선거를 치르기 위해 내놓는 공약은 모두 거짓말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결위 추경안 조정소위가 30일 새벽까지 심사를 했지만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예결위가 무산된 가운데 국회 본청 예결위회의장이 비어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앞서 야당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세계잉여금(수납된 세입액에서 지출된 세출액을 차감한 잔액) 1조 2000억원 중 6000억원을 지방교육채무 상환 용도로 전환, 표결한 바 있다. 야당이 당초 주장했던 누리과정예산 부족분 1조8000억원을 국고에서 신규편성하는 방안이 무산되자 이른바 ‘플랜 B’를 선택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에 반발해 상임위 전체회의를 보이콧했고, 결국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원포인트 본회의는 무산됐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헌법 57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각 항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며 “(야당의 행위에는) 명백히 위헌 소지가 있다. 추경안 처리 지연의 정치적ㆍ법적 책임이 분명히 야당에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오늘 중에 추경안 처리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와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 약속도 동시에 파기될 것”이라며 야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야당은 전날 교문위에서 벌어진 ‘일방 표결’이 추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거듭 내세웠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민주는 (납 성분이 검출된) 각급 학교의 우레탄 트랙 교체 등에 필요한 민생 예산과 누리과정에 필요한 교육 예산을 확대하자고 주장해 왔다”며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에 반대했다. 결국 민생과 일자리를 위해 추경을 하자고 했던 그들의 주장에 근거가 없었던 것”이라고 여권을 비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태년 더민주 의원 역시 “우리가 추경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한 적도 없으며, 원안 통과를 합의한 적도 없다”며 “예전에도 예산을 우회 지원한 사례가 많이 있다. (야권에게는)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좋게 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충실히 (수행)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특히 “현재 지방교육재정이 처한 형편을 봤을때, (지방교육채무 상환을 위한 세계잉여금 6000억원 용도 변경 및 누리과정 관련 교육시설 자금 3000억원 증액)은 최소한”이라고도 했다.

한편, 추경안 국회 통과가 좌절되면서 새누리당은 모든 당무를 멈추고 본회의 대기상태에 돌입했다. 반면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 아래서 표결의 주도권을 쥔 야권은 느긋한 모양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 요구하는 청문회도 다 받아줬는데, 교문위에서 날치기가 일어났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우리가 할 일이 없다”고 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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