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반갑다. 국민들이 있는 곳에 서서 국민들의 먹고 사는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것이 정치라는 생각, 지극히 상식적이고 타당하다.
그런데 의구심이 드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이 대표나 추대표가 생각하는 ‘민생’이 과연 무엇일까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오전에 3시간 가까이 최고위원회를 열어 당 정책위원회가 마련한 41개 안건에 대한 당의 입장을 논의했다. 그런데 이 41개나 되는 안건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의제는 없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우 수석의 거취에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추 대표는 30일 시장에 동행한 기자들로부터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입장을 요구받았다. 추 대표는 “민생은 민생, 사드는 사드”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에겐 우 수석 거취가, 추 대표에겐 사드 배치 문제가 당장의 ‘민생’이 아니다.
‘우 수석 거취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알아서 해야 하는 문제’라거나 ‘사드 배치는 정치ㆍ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바탕에 깔려 있는 셈인데, 오만하거나 왜곡된 인식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정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동향 점검 등 공직기강, 부패근절, 국민권익 증진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다. 민심을 살펴 대통령에 전하고, 고위공직자들의 임명과 복무에 문제는 없는지 자격을 따지고 사정을 하는 기관이다. 이만큼 ‘민생’과 직결되는 자리가 또 어디에 있을까. 민정수석이 흔들리면 청와대가 국민 신뢰를 잃으니 국정이 잘될 리 만무하다.
사드 배치에 관한 입장도 차일 피일 미룰 문제가 아니다. 국가 안보, 국민 안위에 관한 문제다.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핵 위협으로 한반도 전체가 긴장고조 상황이다. 국가간 외교 뿐 아니라 민간교역에 있어서도 대중 관계가 악화일로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민생’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우 수석 거취와 사드 배치에 관한 입장은 서로 다를 수 있다. 해법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국민들에게 묻고 또 묻는 것이다. ‘민생 따로 정치 따로’인 의제란 없다. 국민은 전기료나 내려주고, 명절 때 돈이나 풀어주면 감읍해하는 존재가 아니다. ‘민생’이란 먹고 사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다. 이 대표도, 추 대표도 ‘민생’을 현안 회피의 면죄부로 삼아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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