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팝콘정치] ‘의사봉’ 하나에 승패 갈릴 여소야대 ‘파워게임’
뉴스종합| 2016-09-02 16:20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20대 국회의 ‘권력구도’를 좌지우지 할 키(key)로 ‘의사봉’이 떠올랐다. 불의의 일격에 성이 난 여(與)도, 대야(大野) 위력 보여주기 혹은 소여(小與) 길들이기에 주력하고 있는 야(野)도 시선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오른손에 들린 의사봉에 쏠린다. 정 의장이 의사봉을 내려놓느냐, 쥐고 있느냐에 따라 20대 국회라는 대국(對局)의 초반 판세가 갈리기 때문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기국회 일정진행을 전면 거부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핵심 요구는 ‘정 의장이 의사봉을 내려놓는 것’이다. 정 의장은 지난 1일 정기국회 개원식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촉구ㆍ사드(THADDㆍ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를 공개적으로 천명해 여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의무를 져버렸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긴급의원총회와 의장실 항의방문, 의장실 점거 등을 연이어 진행하면서도 이번 의사일정 마비 사태가 정 의장 개인의 ‘폭거’에 대한 항거임을 분명히했다. “정 의장이 본회의 사회권을 심재철 또는 박주선 국회부의장에게 넘기면 선(先) 추경 처리, 후(後) 사과요구에 나설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밝힌 공식 입장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지연으로 인한 ‘민생 파탄 주범’의 오명을 야당에 넘기는 동시에, 20대 국회 초반 대야(對野) 기선제압을 확실히 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요구를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본회의장에 들어오면 남은 의안을 정상 처리하겠다. 추경이 급하다면 들어오라”고도 했다.

‘야당은 분명히 본회의장의 문을 열어두었는데, 민생을 등한시하고 들어오지 않은 것은 새누리당’이라는 정치적 반격이다.

결국, 어렵사리 마련된 추경안의 처리 여부는 정 의장의 ‘의사봉 사수 의지’에 따라 달라지게 됐다. 문제는 의사봉이 향방이 남은 20대 국회 임기의 권력지형도와도 직결된다는 점이다. 만일 새누리당의 ‘배짱’이 통해 정 의장이 의사봉을 내려놓게 된다면 소여의 반란이 확실히 성공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도 다소간 연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정 의장이 끝까지 의사봉을 지키는 동시에 추경 지연의 책임도 본회의를 보이콧 한 새누리당에 씌울 수 있다면 야당은 정권교체의 기틀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본격적인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의 시작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야당은 본회의장 문을 계속 열어두는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을 구사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전략에 대응해 주말까지 피켓시위 및 정 의장 개인에 대한 압박, 중립의무 위반 여부 검토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경투쟁으로 주말 농성도 할 거 같다”고 했다.

yesyep@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