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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대통령 전 비서관 윤태영, 그가 전하는 '대통령의 말하기'
뉴스종합| 2016-09-02 16:20

“말 잘하는 것과 말재주는 다른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이었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논리와 감성의 절묘한 조합으로 당당히 소신을 밝히면서도 누구와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10년 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하며 ‘대통령의 입’,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최근 <대통령의 말하기>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의원보좌관으로 일하기 시작한 1988년, 당시 제13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정치인 노무현을 처음 만났다.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를 펴낼 당시 집필 작업에 직접 참여했으며 이후 노무현 캠프의 외곽에서 방송원고와 홍보물 제작 등을 도왔다. 그리고 2001년 초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말과 함께 살았다. 

특히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받아 적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조찬과 오전회의, 오찬과 오후회의, 그리고 만찬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나날이 기록의 연속이었고 그렇게 10년 동안 무려 업무노트 100여 권, 작은 포켓수첩 500여 권, 한글파일 1,400여 개가 쌓였다. 그것이 모두 ‘대통령 노무현의 말’이었다.

윤태형 전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하기>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떻게 말했고, 또 말을 위해 얼마나 치열한 고심을 거듭했는지 실감 나는 예화와 함께 보여준다.

뜨거운 찬사를 받았던 명연설의 탄생 배경, 비난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언급의 진의 등 리더로서 치열하게 사색하고 말하기를 통해 가치와 전략을 보여주려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끔 뜻밖의 표현을 쓰곤 했다.
“이런 아내를 버려야겠습니까? 그러면 대통령 자격 생깁니까?”
이 말은 2002년 4월 초, 한나라당과 언론에서 제기된 장인의 좌익 전력 시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발언이었다. 때로는 감성적 언어가 논리나 이성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또한 “기분 나쁜 대통령의 시대는 제가 끝내겠습니다. 군림하는 대통령의 시대는 제가 끝내겠습니다”와 같이 소신과 신념을 짧고 인상 깊게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어휘와 비유, 이해하기 쉬운 반복과 패턴을 끊임없이 연구했던 ‘카피라이터 노무현’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 보다 가치와 전략, 철학이 담긴 말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설득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론은 말을 잘하고 싶은 사람, 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사람, 말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꼭 기억해야할 핵심 포인트다.


최경침 기자 / edw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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