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슈퍼리치] 세계적 ‘조세 피난처’에 초고급 리조트 개발 나선 로버트 드니로
뉴스종합| 2016-09-04 09:35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홍승완ㆍ윤현종 기자] 세계적인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가 호주 출신의 억만장자와 손잡고 초고급 리조트 개발에 나선다. 

정확히는 휴양지로 유명한 섬 하나를 통째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무대가 슈퍼리치들의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캐리비안의 섬나라 앤티카 바부다(Antigua and Barbuda)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로버트 드니로
최근 포브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앤티카 바부다 정부는 드니로와 호주 출신의 카지노 재벌인 제임스 패커(James Packer)가 제출한 바부다 섬 개발계획을 승인했다. 

앤티카 바부다는 앤티카·바부다·레콘다 등의 여러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서국가다. 국토 면적은 440㎢로 서울(605㎢)보다 작고, 인구도 2014년 추정치 기준 9만1000여명에 불과한 소국중의 소국이다. 

바부다 섬은 그 가운데 가장 북쪽에 위치한 섬이다. 수도인 세인트 죤스(St. Johns)시가 속해있는 앤티카 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되어 있어,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바부다 섬
드니로의 파트너로 바부다 섬 개발을 함께 할 파커는 설명한 바 대로 카지노 거부다. 2005년 사망한 호주 대표 미디어 재벌 케리 파커(케리 패커(Kerry Packer)의 아들로, 부친의 사후 가족이 가지고 있던 미디어 관련 산업을 모두 매각하고 카지노, 리조트 사업으로 방향전환했다. 

현재는 호주 멜버른, 퍼스, 필리핀 마닐라, 마카오 등지에 카지노와 호텔 등을 소유하고 있다. 포브스가 평가하는 그의 자산은 43억달러, 우리돈 5조4000억원 선으로 호주의 다섯번째 부자다. 한때 호주 출신의 여배우 겸 모델 미란다 커와 염문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호주의 카지노 재벌 재임스 패커. 자산 43억달러의 호주의 다섯번째 부자로 꼽힌다.
정확한 투자액수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두사람은 바부다 섬 개발에 수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우선 바부다섬에 초고급 호텔을 설립할 계획이다. 77개의 룸과 스파시설, 4개의 초고급 레스토랑을 갖춘 호텔이다. 

앤티카 바부다 정부 관계자는 “호텔이 계획대로 바부다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발을 완료하면 인근 140에이커 면적에 대한 추가적인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모든 계획이 36개월 내에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호텔과 인근지역에 대한 개발이 일정 단계에 이르면 공항의 업그레이드 작업도 실시한다. 현재 바부다 섬의 유일한 공항인 파라다이스 파운드 공항의 시설을 개선하고 인근 도시인 코드링턴까지 연결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경비행기 정도가 드나들 수 있었던 파라다이스 파운드 공항에 프라이빗 제트기와 헬리콥터들이 대거 접근할 수 있게 설비를 강화한다.

이와 함께 초고급 리조트도 추가로 지어진다. 50개의 독립된 빌라형태에 프라이빗 풀을 갖춘 리조트로, 모두 친환경 설비로 지어진다. 리조트의 인근에는 슈퍼요트의 정박 설비가 들어서고 카지노도 들어온다. 
초고급 리조트와 카지노, 슈퍼요트 정박시설 등이 들어설 바부다섬의 해안지역
두 사람은 바부다 섬을 위한 자선 차원의 투자도 실시하기로 했다. 개발의 명분을 얻기 위한 투자다. 매년 수익금의 일정부분을 섬의 환경 보존활동에 쓰게 되고, 섬의 경관을 해치고 각종 오염을 유발하는 낡은 가옥들을 새로 짓는데도 일정 금액을 지원한다. 또 섬의 원주민들 가운데 저소득층 500가구에 한해서는 아예 새로운 집을 건립해주기로 했다.

세계인들에게 생소한 이 섬에 드니로와 파커가 수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다. 돈이 될 법 해서다. 전세계의 슈퍼리치들이 이곳에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앤티카 바부다는 세인트키츠넨비스, 벨리즈 등과 함께 대표적인 캐리비안의 조세 회피처로 꼽힌다. 이들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국가들이 소득세와 재산세를 사실상 면제해준다. 일부 재산세가 부과되는 나라가 있지만 1%미만이다. 더불어 외국환관리법의 규제가 적고 거래내역의 노출도 쉽지 않다. 반면 국적을 취득하기는 간단하다. 

대체로 40만달러 이상의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25만달러 이상의 기부를 하면 손쉽게 여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올 초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파나마 페이퍼‘에서도 이들 국가들의 ‘여권장사’를 지적하기도 했다. 

세계 슈퍼리치들이 몰려들면서 고급 휴향지화 된 앤티카 섬의 전경
그렇다 보니 ‘재산 은닉’, ‘초고가 휴양’ 등의 목적으로 이들 국가에 발을 걸치는 슈퍼리치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 로스차일드가(家) 상속자 중 하나인 온딘 드 로스차일드, 중국의 부동산 재벌 쑨인환(孫蔭環) 이다그룹 회장, 두바이 왕가 일원이자 에미리츠 투자그룹(EIG) 회장인 셰이크 타리크 빈 파이살 알 카시미 등 세계의 부호들이 이곳에 개인 자산이나 회사 자산을 상당히 투입해 놓은 상태다.

다만 바부다 섬의 주민들은 대체로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우선 개발을 허가한 정부에 대한 반발이다. 앤티카 바부다라는 이름으로 국가를 형성하고 있지만, 사실 앤티카 섬과 바부다 섬은 역사적으로 사이가 과히 좋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앤티카 출신인 정부 관료들과 앤티카에 위치한 정부부처가 맘대로 바부다 섬 개발을 허가했다. 

특히나 그 과정에서 실제로 개발 계획에 포함된 일부의 땅을 보유하고 있는 원주민들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 불만이 많다. 개발로 인해 행여 바부다 섬이 가진 천혜의 환경이 훼손될까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198년으로 설정된 땅의 임대 기간도 너무 길다는 게 원주민들의 중론이다.

그런 불만에도 프로젝트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드 니로는 바부다 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가 20대에 처음 이곳을 왔을 때부터 앤티카 바부다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장소였다”면서 “나는 이 계획이 성공할 것을 낙관한다”고 밝혔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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